M&A전자부품업체 대부분 퇴출

 「M&A는 부실화의 지름길?」

 최근 몇 년간 M&A된 대부분의 전자부품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부도가 나거나 사업부진으로 다시 모기업으로부터 분리되어 M&A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충주전자·삼미기업·정풍물산·한일써키트·한국마벨 등 90년대 중반 이후 M&A열풍으로 중견그룹에 인수합병되었던 전자부품업체들이 기존 전자부품사업 외에 타 품목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결국 모기업과 함께 부도가 나는 사례가 최근 속출하고 있어 M&A가 부품 전문업체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스피커·콘덴서·EMI필터 등 전자부품 전문업체로 지난해 섬유업체인 신광산업에 인수되어 M&A를 통한 비전자업체의 전자사업 진출이라는 사례를 남겼던 충주전자의 경우 지난해 5백3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에도 고속성장을 거듭, 연간 매출 8백억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지난 9월 무리하게 사업확장을 시도하던 모기업이 부도가 나면서 운명을 같이하는 비운을 맞았다.

 94년말 남경그룹(현 엔케이그룹)에 인수되었던 스피커유닛 전문업체인 삼미기업도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인한 부도사례로 손꼽히고 있는데, M&A 이후 엔케이텔레콤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스피커 외에 모뎀·통신기기 등으로 무리하게 사업확장을 시도하는 한편 대원전선·범한정기 등 타 업체를 M&A하는 데 치중하다 갑작스런 IMF여파로 결국 지난 8월 부도를 맞게 됐다.

 16년간 법정관리 상태였다가 지난해 기아그룹의 계열사인 기아인터트레이드에 인수되어 스마텔로 사명을 변경했던 스위치 전문업체인 정풍물산도 인수 후 자동차부품 전문업체로 재기를 시도하다 모기업이 부도가 나자 다시 분리 독립했으나 경영권 문제로 회사운명이 불투명한 지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6년말 미국의 한국계 컴퓨터유통업체인 이지컴에 인수된 PCB 전문업체 한일써키트도 이지텍으로 사명을 바꾸고 미국 본사의 기술과 유통망을 토대로 정보통신 제조 및 공급업체로 변신을 추진했으나 작년말 자금난으로 부도를 맞았다.

 또 95년 데크메커니즘 및 튜너 전문업체였던 한국마벨을 인수해 한솔전자로 법인을 전환하고 전자업종에 뛰어든 한솔그룹도 최근 튜너와 데크사업을 분리하면서 한솔전자는 사실상 전자부품사업을 포기해 관련업계에 실망감을 던져주고 있다.

 전자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견 그룹들이 쉽게 주식시장에 등록하고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M&A를 시도한 것』이라며 『결국 이들 그룹이 무리하게 사업확장을 시도하면서 M&A 전에는 건실했던 전자부품업체들도 부실화가 가속화됐다』고 지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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