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이유는 그 작업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은 욕심은 전혀 없습니다.』
PC통신이 배출해 낸 또 한 사람의 스타작가 황유석씨(25·숭실대 2학년 휴학).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고 어디서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전형적인 뉴에이지다.
역사와 삶의 의미에 대한 고통스러운 반추의 산물이 곧 문학작품이라고 믿어온 사람이라면 「즐겁기 때문에 글을 쓴다」는 그의 솔직한 고백이 거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포장하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이야말로 네티즌들이 지난 여름 그의 소설 「마지막 해커」에 열광했던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두 권의 책으로 묶여 11월말 서점가에 나온 이 작품이 일주일만에 교보문고 문학작품 베스트셀러 13위에 올라간 것도 그러한 신세대 취향의 자유분방함과 무관하지 않다.
「마지막 해커」는 해커들의 연쇄적 죽음을 추적해 나간 미스터리 공포소설. 주인공 황 기자는 실제의 황유석씨와 너무나 닮은 꼴이다. 이마에 늘 동여매고 다니는 푸른색 두건, 포니 테일형으로 빗어넘겨 묶은 머리, 발목까지 내려오는 회색 롱코트.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내식대로 살아가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나는 옷차림이다.
『저는 사실 소설가보다는 뮤지션으로 불리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헤비메탈 하드코어음악에 빠져 살았거든요. 제가 작곡에 연주·노래까지 한다고 말하면 저를 오해하는 분들도 많죠.
남다른 고집 때문에 황유석씨는 고생도 많이 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제적을 당할 뻔하기도 했다. 기타를 친다고 90일 동안 무단결석을 했던 것. 그래도 성적이 아까우니 대학에는 보내자는 은사들의 배려로 졸업장을 받자마자 그는 기타 하나 달랑 들고 집을 뛰쳐 나왔다. 그리고 친구에게 신세도 지다가 노숙도 해 보고 허름한 창고를 전전하기도 하면서 2년 이상을 보냈다. 그 때는 카페 웨이터부터 롯데월드의 음식물 찌꺼지 청소부까지 닥치는 대로 일해 용돈을 벌었다. 유일한 즐거움은 친구들과 5인조 밴드를 만들어 「길거리 연주」를 하는 것.
그런데 대학은 뒤늦게 왜 들어갔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또 엉뚱하다.
『여자친구가 대학가야 계속 만나준다고 우기는 거예요. 잘 보이려고 벼락공부했는데 운이 좋았죠. 근데 그 친구와는 헤어졌고 지금은 휴학 중이에요. 다시 복학할 마음은 없어요. 이젠 음악만 본격적으로 해볼 거에요.』
황유석씨는 메탈과 랩을 접목시킨 장르나 펑크음악 쪽을 좋아한다. 지금 출판사에서 추진 중인 「마지막 해커」 영화화작업이 성사되면 시나리오도 쓰고 테마뮤직을 만들어 판도 낼 생각이지만 그건 돈을 벌기 위한 방편일 뿐, 그의 진짜 꿈은 「영원한 언더그라운드가수」다.
<이선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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