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존속 예외기간 연장
안산공단의 인쇄회로기판(PCB)업체인 A사는 앞으로 PCB시장을 리드할 것으로 예측되는 빌드업(Build-up)기판 사업에 본격 참여하기 위해 핵심 장비인 레이저드릴을 일본에서 구입키로 하고 예산을 책정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예기치 못한 세금으로 당초 책정한 예산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투자 계획을 재조정했다.
이 회사가 투자 계획을 재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각종 세금 및 정책자금 금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3년전 중소기업에서 벗어나 대기업군에 속하게 된 이 회사는 투자계획을 책정할 당시 중소기업에 속해 모든 투자 예산을 이 기준에 맞춰 수립했다. 그러나 정작 투자를 집행하는 시기에 중소기업 범위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이 누릴 수 있는 각종 정부 지원책의 혜택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재 정부의 조세감면 정책에 의하면 공장자동화용으로 각종 설비를 도입할 경우 중소기업은 50%, 대기업은 40%의 관세감면 혜택이 있다. 또 첨단산업시설재로 분류된 설비를 도입할 경우 30% 정도 관세가 감면된다.
또 중소기업의 경우 투자세액의 3∼5% 정도를 공제받을 수 있는 데다 기술개발준비금을 유보해 둘 경우 10% 정도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는 반면 대기업은 5% 정도밖에 공제받을 수 없다.
여기에 중소기업은 외화대출 시설투자금액의 1백%에 해당하는 정책 자금을 받을 수 있으나 대기업은 70% 정도만 지원받을 수 있고 수출산업설비자금은 대기업엔 한푼도 지원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무역금융이자·어음할인·각종 훈련 및 고용지원에 소요되는 자금에 대한 세액공제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서있다.
이처럼 유리한 환경에서 사업을 영위해온 중소기업이 성장, 대기업군으로 진입할 경우 갑자기 달라진 각종 정책적 지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투자시기를 놓치거나 아예 투자 및 기술 개발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햇병아리」 대기업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현행 중소기업 기본법 제2조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사업 규모가 확대돼 대기업군에 속하게 되면 3년간 유예기간을 인정해 주고 있다.
그러나 3년 유예기간은 신생 대기업이 달라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으로는 너무 짧다는 것이다.
관리체계가 정비되지 않았을 뿐더러 대관업무에도 취약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버금가는 관리체계를 확보하고 정부 지원없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는 최소한 5년 정도 걸린다는 게 이들 업계의 주장이다.
따라서 현행 중소기업 존속 유예기간을 3년에서 최소 5년으로 연장하고 업종에 따라서 중소기업 범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중소기업은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희영 기자·hylee@www.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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