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친니친니

 영화 「첨밀밀」의 미술감독을 맡았던 해중문 감독의 데뷔작. 키스를 뜻하는 제목처럼 「친니친니」는 늦가을 벤치에 앉아 사랑의 동화를 읽듯 나른한 감미로움을 주는 영화다.

 몇 년 동안 한국을 휩쓸었던 홍콩 액션영화 주인공들이 할리우드로 주무대를 옮겨가면서 홍콩영화는 다시 멜로물이라는 상품을 우리 시장에 내놓고 있다. 그리고 그 상품은 동양권의 감성적 정서와 맞물려 또 다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첨밀밀」의 스태프가 모여 만들었다는 영화답게 「친니친니」 역시 우리에게 탁월한 감성적 친화력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두 남자와 한 여자라는 기본 설정은 사실 오랫동안 끊임없이 변주되어온 영화의 가장 고전적 테마다. 국내 관객들에게 「A Lover’s Concerto」로 익숙해진 바흐의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소곡」의 다양한 편곡과 악장 형식을 빌려온 영화적 구성은 이러한 상투적 소재가 내포할 수 있는 구태의연함을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보완하고 있다.

 총 4악장으로 구분된 이 영화는 1악장 유목연, 2악장 목만이, 3악장 유목연과 목만이, 4악장 변주로 이루어져 있다. 현실과 소설 속의 사랑이야기가 액자영화 형식으로 펼쳐지는 4악장을 제외하면 1악장에서 3악장까지는 삼각관계 이야기가 경쾌한 리듬으로 전개된다.

 피아노 조율사인 첸가후(금성무 분)는 책 한권 쓴 적 없는 자칭 소설가 유목연(곽부성 분)을 만나게 되고 갈 곳 없는 그를 집으로 데려온다. 조용하고 깨끗한 성격의 첸가후에 비해 책 몇권과 속옷을 담은 박스 하나가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는 유목연은 뛰어난 말재간을 지닌 바람둥이다. 어느 날 첸가후의 집 위층에 목만이(진혜림 분)가 이사를 오고 우연히 그녀의 모습을 훔쳐본 첸가후는 목만이를 사랑하게 된다.

 첸가후는 목만이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로 결심하지만 목만이의 집에 불이 나고 유목연이 그녀를 구해주게 된 것을 계기로 오히려 둘이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나 유목연은 다시 떠나고 목만이는 첸가후에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는다. 집을 구하던 중 우연히 유목연을 보게 되었고 그에게 반해 위층으로 이사오게 되었다는 것.

 「친니친니」의 매력은 솜사탕 같은 달콤함이지만 그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 단맛이 지나치면 맛의 균형감각을 잃게 되듯 포장에 대한 강박관념이 사랑에 대한 성숙한 관조를 방해한다.

<엄용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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