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차 종합유선방송국(SO)들이 한국통신(KT)의 위성분배망을 이용하고 있는 18개 프로그램공급사(PP)의 프로그램을 받아 우선 방송을 개시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전송망사업자(NO)인 한국전력의 망사업 중단으로 24개 2차 SO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국이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경동방송(대표 이재형)이 아파트 단지에 한국통신의 위성방송수신장치(IRD)를 임차해 일부 PP의 프로그램이라도 송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PP에서 SO로 송출되는 분배망은 한통의 경우 위성망과 백업용인 광케이블망으로, 한전은 광케이블망으로 각각 구성돼 있어 해당 지역에 전송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을 경우 한통의 분배망을 이용하고 있는 PP의 프로그램은 가입자가 IRD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구리·하남지역 케이블TV방송국인 경동SO는 2차 SO 가운데 처음으로 아파트 단지에 한통으로부터 IRD를 임차해 설치하는 방식으로 개국을 모색 중이다. 경동SO는 한통의 분배망을 이용하고 있는 18개 PP 가운데 대교방송, MBN, Q채널, A&C코오롱, LG홈쇼핑, m·net, 바둑TV 등 7개사의 프로그램을 보급형 채널로 묶어 공급할 계획으로, 우선 PP측의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의 전송망 설치가 완료되면 모든 PP의 프로그램을 송출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은 물론이다.
경동SO측은 『예약가입자들에 대해 무작정 전송망 설치 지연을 핑계로 방치할 경우 중계유선쪽으로 가입자들이 대거 이탈할 우려가 있음은 물론 결국은 케이블TV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PP들 역시 『불교TV도 서비스 개시 초기 산사에 케이블망을 깔기가 어려워 위성방송 수신기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전례가 있어 이를 준용했다』며 『현실적으로도 조기개국이 무엇보다 급선무여서 경동SO측의 건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P 일부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동SO의 이 같은 전례가 다른 SO들에까지 확산될 경우 한전분배망을 이용하고 있는 11개 PP들은 결과적으로 해당지역에 프로그램을 송출할 수 없게 되는 등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39쇼핑(한전분배망)과 LG홈쇼핑(한통), Q채널(한통)과 CTN(한전) 등 경쟁채널의 경우 한통 분배망을 이용하고 있는 PP의 프로그램이 먼저 송출될 경우 한전분배망을 이용하고 있는 PP의 위상 저하는 물론 채널티어링 도입시 채널인지도가 떨어지는 등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것을 우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한전분배망을 이용하고 있는 PP의 한 관계자는 『수신료는 프로그램 송출여부와 상관없이 분배율에 따라 배분하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할 만한 사항이 아니지만 초기부터 경쟁채널의 프로그램이 먼저 송출된다는 것은 분명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고 실토했다.
이처럼 경동SO가 한통분배망을 이용해 일부 PP프로그램을 우선 송출키로 하는 작업에 가속도가 붙자, 광역도시지역을 끼고 있는 영동SO 등 나머지 SO들도 이를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IRD를 임차한 PP프로그램 송출이 2차 SO들의 개국에 새로운 형태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경동SO의 이 같은 계획이 일정대로 추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예상치 않았던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경동SO의 제안을 받아 IRD 임차를 적극 추진했던 한통이 최근 관계부처에 이를 질의한 결과, 문화관광부로부터는 「PP가 양해할 경우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으나 NO사업을 관할하고 있는 정보통신부로부터는 「이는 위성을 이용한 전송망을 설치하는 행위로 현행법 하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동SO는 그러나 『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2차 SO지역의 NO사업자로 추가지정을 받거나, 이번 정기국회에 정부와 국민회의가 상정할 종합유선방송법 개정안 가운데 「SO의 NO사업 허용」이 포함될 경우 한국통신의 IRD를 활용한 12월 중순 방송개시 일정에는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어 이의 성사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김위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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