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21세기의 컴퓨터공학" 펴낸 17인의 서울대 교수들

 서울대 교수들이 쓴 한 권의 책이 최근 대학 교수들 사이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양희 교수를 비롯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열일곱명이 공동으로 펴낸 「21세기의 컴퓨터공학(교학사)」이란 책이 바로 그것.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에 가면 컴퓨터 관련 서적이 하루에도 수십 권씩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이 책이 대학가에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 컴퓨터공학과가 최근 학과 개설 20주년을 맞아 펴낸 이 책은 우선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은 물론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책의 출간에 참여한 컴퓨터공학과 전·현직 교수는 열일곱명이나 된다.

 이들 가운데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최양희 교수(43).

 이들은 모두 전문분야별로 컴퓨터의 작동원리부터 컴퓨터 구조, 그래픽, 인공지능 등에 대해 「마치 교실에서 강의하듯」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양희 교수는 서울대와 프랑스 ENST대 졸업 후 미국 IBM 웟슨 연구소와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등에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멀티미디어 전문가답게 정보를 일정한 길이로 분할한 후 전송하는 패킷 전송의 개념을 쉽게 설명했다.

 이 원리만 이해하면 최근 멀티미디어 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영상회의 및 영상전화 시스템도 기본 원리는 모두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컴퓨터 구조」편을 쓴 김종삼 교수는 컴퓨터를 자동차에 빗대 그 구조를 쉽게 설명했다.

 컴퓨터의 머리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는 자동차의 엔진과 같고 응용 소프트웨어는 자동차의 계기판과 그 역할이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또 운용체계 및 컴파일러는 각각 CPU가 처리한 명령을 응용 소프트웨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자동차의 변속기에 해당한다고 풀이했다.

 이에 비해 박근수 교수(38)가 쓴 「컴퓨터가 풀 수 있는 문제와 풀 수 없는 문제」편을 읽으면 수학이 컴퓨터 연구에 얼마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컴퓨터 이론을 전공한 박 교수가 주로 하고 있는 연구과제는 한마디로 「컴퓨터가 풀 수 있는 문제와 풀 수 없는 문제」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것.

 소프트웨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 같은」 이런 이론연구에 그 뿌리를 둔다는 설명이다.

 또 김영택 교수는 「자연어 처리」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유명한 과학소설인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아서 클라크 지음)를 예로 들어 「생각하는 로봇」의 출현 가능성에 대해 뚜렷한 견해를 밝히는 등 이 책 곳곳에 재미난 읽을 거리가 넘친다.

 김 교수는 「순수한 학문적 입장」이라고 밝힌 후 「이런 공상과학적인 상상들은 아직 현 기술수준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며 가까운 미래에 실현된다는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견해는 특히 그가 국내에서는 그동안 불모지나 다름없던 「자연어 처리」 분야를 20년 가까이 연구한 「대가」로 오랫동안 외길인생을 걸으며 터득한 지혜라는 점에서 더욱 무게를 갖는다.

 교양과 읽는 재미 외에 이 책이 고교생에게는 진학 참고서로 대학생에게는 전공을 개괄할 수 있는 교재로 일반인에게는 컴퓨터 공학을 생활에 접목하는 교양서로 널리 읽힐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또 있다.

 컴퓨터는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된 지 오래다. 현대인은 회사에서 문서를 작성할 때는 물론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 심지어 오락을 할 때에도 컴퓨터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그러나 컴퓨터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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