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제도 폐지가 또다시 현안으로 등장, 영화계가 들끓고 있다.
지난 24일 밤 7시 30분∼9시까지 서울 서초동 소재 영상벤처센터에서 국민회의 최희준·홍승태 의원과 문화부 관계자 및 2백여 영화업 종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충무로 포럼」에서 미국측이 스크린쿼터제를 비롯한 미국기업의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모든 규정을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전해 들은 영화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즉시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지난 15∼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투자협정 제3차 실무협상에 참석하고 돌아온 박영대 서기관은 이날 『미국측이 94년에 마련한 쌍무투자협정(BITS)의 표준문안인 「양국은 자유로운 투자를 저해하거나 자국 내에서 생산된 재화나 용역의 사용을 강제할 수 없다」(6조A항)는 기준에 근거, 한국에서 생산된 제조물을 일정비율 사용하도록 하는 각종 의무조항과 특정 산업 경영자의 국적을 제한하는 조처 등을 모두 폐지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전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는 미국기업의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모든 규정을 철폐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특히 94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서 체결돼 국가별 무역협정에서 예외조항으로 인정해온 「자국영화 보호장치」가 사문화돼 한국 영화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크게 우려했다.
이에 대해 오지철 문화부 문화산업국장은 『스크린쿼터의 순차적인 축소 및 폐지 요구는 미국측이 오래 전부터 줄기차게 제기해 왔지만 이를 고수·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언제나 확고하다』면서 『스크린쿼터 폐지는 국내 영화산업의 자생력 및 국제경쟁력이 갖춰졌을 때나 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스트필름의 명계남 대표는 『이번 한·미 투자협상에서 한국측 대표는 외교통상부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경제회생을 위해 한·미 투자협정의 연내 체결을 먼저 요청하는 상황에서 과연 문화부의 스크린쿼터 수성의지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시된다』며 다른 차원에서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크린쿼터감시단 양기환 사무국장은 『영화인단체 및 민주노총, 경실련 등 40여개 시민단체에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범국민 공동대책위원회」 결성을 긴급 제안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스크린쿼터 문제가 문화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재미 한국인 변호사 K씨는 『이같은 갈등은 「문화단속권」을 주장하는 유럽 선진국과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간 대립에서 보듯 세계적인 추세로 등장하고 있는데, 프랑스의 경우 자국 문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자간 무역협상에서 탈퇴하는 강수를 두고 있다』면서 『이번 한·미 투자협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BITS 기준을 적용하려는 첫 사례여서 국제적으로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한·미 투자협정 차기 실무협상은 12월 중 서울에서 열려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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