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대한 투자와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자국의 영상산업 진입을 가로막는 각종 제한제도의 철폐와 대중문화 개방일정의 투명화를 요구해오는 등 국내 문화시장에 대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투자협정을 위한 제3차 한·미 실무협의에서 미국은 스크린쿼터제 폐지를 포함한 자국 투자협정 표준안 수용요구 외에도 저작권 보호기간의 소급 적용 등을 요구,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는 현재 저작권에 대한 보호기간을 지난 96년 베른조약 가입 이후 권리자의 경우 사후 50년, 단체명의 저작물은 공표 후 50년을 보호하고 있으나 경과규정에 의해 1957년을 보호기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경과규정을 무시하고 이를 소급 적용, 1948년을 보호기점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한·미 투자협정과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러나 저작권의 소급을 인정하는 국가가 많지 않으며, 미국의 주장대로 소급 보호를 인정할 경우 캐릭터 및 전자출판분야 등에 걸쳐 연간 1백억∼2백억원의 로열티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제를 자국기업의 진입을 막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면서 이를 이른 시일 내에 철폐해야 하며,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쿼터제도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미국의 파상공세에 이어 일본도 최근 내달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릴 한·일 투자촉진협의회에서 대일 문화규제 철폐 등을 의제로 삼을 뜻임을 알려와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으로 미풍양속의 유지를 위한 수입제한은 인정하지만 일본작품이라는 이유 때문에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WTO 협정 위반이라면서 대일 문화규제 철폐와 문화개방에 대한 프레임을 구체적으로 밝혀줄 것 등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는 미국과 일본이 대한 투자의 전제로 영상·문화산업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선진국의 횡포라며 강력히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미 투자협정이 미국의 표준안대로 이루어지면 산업계에 여러가지 불이익이 예상된다』면서 『특히 그들이 대한 투자를 볼모로 공세를 펼치고 있는 데 대한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스크린쿼터제 철폐와 저작권에 대한 소급 적용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라면서 『이에 대한 다각적인 대응책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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