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36);천문학자 "퍼시발 로웰"

 「조용한 아침의 나라.」

 서양 사람들이 우리 나라를 지칭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이 표현의 유래는 구한말 우리 나라에서 미국의 주한 공사로 근무했던 외교관 퍼시발 로웰(1855∼1916)이 펴낸 책의 제목이다.

 로웰은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뒤 일본과 한국 등지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던 실업가지만 젊은 시절부터 천문학에 흥미를 느껴 나중에 손수 사설 천문대를 세워서 관측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 결과 현대 관측 천문학에 적잖은 기여를 하기에 이른다.

 먼저 로웰은 명왕성 발견을 미리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19세기 중엽에 해왕성이 발견되었으나 그 움직임은 계산으로 추정한 것과는 좀 차이가 있었다. 로웰은 해왕성 바깥쪽에 또 다른 행성의 존재를 가정하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고 미지의 행성을 찾는 작업을 계속했던 것이다.

 그러나 명왕성이 실제로 발견된 것은 그가 작고한 뒤인 1930년의 일이었다. 로웰의 조수로 일하던 클라이드 톰보가 꾸준한 관측 끝에 올린 개가였다. 이렇듯 새로운 행성 발견에 큰 공을 세웠던 로웰을 기리기 위해 새 행성의 이름은 「플루토(Pluto)」로 명명되었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철자의 첫 두 글자 P와 L이 퍼시발 로웰의 머리글자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 명왕성을 나타내는 국제기호도 이 두 알파벳 철자를 합친 모양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로웰이 평생을 걸고 관측했던 천체는 화성이었다. 19세기말에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가 화성 표면에서 운하같은 모양을 보았다고 발표하자 로웰은 곧 이 신비로운 대상에 빠져버렸던 것이다.

 스키아파렐리는 화성 표면에서 줄무늬 같은 것을 발견하고는 「골짜기, 도랑」을 뜻하는 「canali」라는 단어로 표현했는데 이 말이 영어로 번역되면서 「canal」, 즉 「운하」로 바뀌어버렸다. 20세기 초반에 전 세계를 들뜨게 했던 화성의 운하소동은 바로 여기서 발단한 것이다.

 로웰은 화성 관측을 위해 천문대를 직접 건설하기로 마음먹고 장소를 물색하러 다녔다. 망원경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대기가 불안정하면 쓸모가 없다. 천문대는 안정된 공기층이 있는 곳일수록 좋은 것이다. 대부분의 천문대가 높은 산 속에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로웰은 마침내 애리조나주의 해발 2천m가 넘는 플래그스태프라는 고지에 천문대를 세우고 열심히 화성 관측에 몰두했다. 시간이 흐르자 그는 점점 더 상세한 운하의 윤곽을 발견해냈고 운하마다 고유 명칭까지 부여했다.

 그는 화성의 운하가 양극의 얼음에서 나오는 물을 적도 근처까지 운반하는 것으로 믿었으며, 또한 화성인들은 인류보다 역사가 긴 진보된 종족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계절에 따라 화성 표면의 색깔이 변하는 부분은 식물들이 성장하고 시들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화성인에 대한 그의 믿음은 죽을 때까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은 화성에 운하도, 식물이 무성한 지역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로웰이 발견한 운하들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로웰과 같은 시대에 다른 수많은 천문학자들도 화성을 관측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운하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들도 많았다. 20세기초를 전후해서 세계에는 운하가 주요 시사적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다. 이 시기에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가 건설되었다. 게다가 과학기술의 발달로 관측 천문학이 날로 발전을 거듭하던 시기였다. 또 화성인의 존재가 모든 이들의 화제로 오르내리던 분위기까지 더해서, 결국 로웰의 「운하」라는 착각과 환상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박상준·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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