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서초갤러리에서 개최된 노헌준 교수(35·남서울대 멀티미디어과)의 영상전시회 「제로 섬(ZERO-SUM)」은 사회문제를 멀티미디어를 통해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빔 프로젝터로 쏘아올려져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메인영상은 버려진 노인, 굶주린 아이들, 공해에 찌든 도시의 그림자들을 번갈아가며 보여줬다. 음침한 영상들과 교차되면서 화면에 클로즈업되는 남자의 나신은 컷 어웨이 쇼트 기법으로 촬영된 작가 자신의 모습.
정육면체의 철골구조물 안에 설치된 13대의 TV모니터에서도 어둡고 답답한 영상들이 흘러나왔다. 특히 거꾸로 돌아가는 물레방아와 요단강 60㎞라는 도로표지판은 섬뜩한 죽음의 분위기마저 풍겼다. 오브제로 쓰인 마네킹 역시 CPU와 전선줄을 몸에 칭칭 감고 누워서 기이한 영상들을 토해냈다. 마네킹의 배에 설치된 10인치 TV모니터는 죽어가는 기형아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여줬고, 하얀 천으로 가려진 얼굴 부분엔 가늘게 흐느끼며 마음이 아프다고 고백하는 여자의 영상이 비쳐졌다. 전시회장에는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바이올린 선율이 흘러나와 이처럼 전위적인 설치물들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4일간의 전시회가 끝난 후 노 교수는 『이성의 뇌로만 세상을 판단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비극적인 모습을 실사와 3D 애니메이션 그리고 구조물들로 표현해 봤다』면서 『우리가 부와 권력을 추구할 때 다른 한쪽으로는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제로 섬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제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회는 정육면체의 철골구조물과 TV모니터, 빔 프로젝터 그리고 마네킹을 사용해 현대인의 비틀린 삶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캠코더로 촬영한 후 아날로그 방식으로 가편집을 하고 다시 비선형장비인 비디오머신을 이용해 디지털 음향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합성한 독특한 영상편집 방식도 주목을 받았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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