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이전영 교수(전산과·44)는 요즘 중요한 사람을 만날 때 2, 3가지 종류의 명함을 준비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지난 86년 이 학교에 부임한 이후 14년째 교편을 잡고 있지만 최근 학생을 가르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감투를 3개나 더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포항제철이 포항공대에 2백억원의 자본금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7월 설립한 「포스텍기술투자」라는 창업투자회사의 사장을 맡고 있는 것을 비롯해 창업보육센터 소장, 그리고 최근 포항공대와 포항시가 오는 2010년까지 공동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한 「포항테크노밸리(가칭)」의 기획단장까지 맡아 명실공히 1인 4역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 교수는 지난 3월 1년 동안 연구휴가를 낸 이후 학생을 가르치는 부담은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일과를 30분 단위로 쪼개 써도 모자랄 만큼 사무실 책상에는 언제나 투자를 기다리는 수북한 사업계획서들이 쌓여있다.
포스텍이 지금까지 투자한 벤처기업의 숫자만도 게임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단비시스템(대표 김성식)을 비롯해 10여개사에 이른다. 이 회사가 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금액은 1억∼3억원선. 더욱이 이 같은 투자는 대부분 IMF가 터진 후에 이루어진 데다 투자형태도 창업초기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가 최근 빈사상태에 빠진 국내 벤처산업 발전에 얼마나 큰 공헌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는 또 최근 포항공대와 포항시가 공동으로 오는 2010년까지 총 82만평 규모에 국내외 하이테크 기업 및 연구소 1백20개를 유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포항테크노밸리 건설 프로젝트에도 기획단장을 맡은 후 더욱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 이 교수의 지칠 줄 모르는 추진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 교수는 그가 서울대 공대(74학번)와 프랑스 유학 후 지난 86년 귀국할 때 서울에 있는 많은 명문대학을 마다하고 포항공대를 선택한 것부터 「벤처」였다고 설명한다.
고 김호길 총장과 함께 교수 1호로 포항공대에 부임했다는 이 교수는 『그 후 전산소장·연구처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후 지난해부터는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벤처창업투자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때 만약 다른 학교로 갔으면 포항공대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첫번째」 도전은 「대성공」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그의 얼굴 표정에서 「두번째」 도전에 대한 기대와 긴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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