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UPS(무정전전원공급장치)업체인 APC코리아(대표 박평원)에서 일하는 주영식 과장(28)의 하루는 아시아태평양지역내 각 지사에서 보내온 메일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네트워크장비와 연동하는 데 실행이 되지 않습니다」 「유닉스서버에 UPS의 상태가 나타나지 않는데 이유가 뭘까요」 등등.
메일의 대부분은 제품의 설치나 운용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해 달라는 것. 메일이 오는 지역도 중국과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다양하다.
이 때문에 그는 한달중 반은 외국에서 보낸다. 또 APC 각 지역의 기술자들을 교육시키는 일도 그가 외국출장이 잦은 이유 중 하나다.
주 과장이 어려운 숙제를 푸는 「해결사」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지난해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빌딩에 납품한 UPS에 대해 기술지원을 하면서부터다.
『그 빌딩은 베이네트웍스의 네트워크장비와 APC의 UPS를 함께 설치하고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네트워크관리시스템(NMS)을 이용해 관리하도록 설계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따로 운용할 때는 괜찮은데 두 제품을 함께 설치하면 관리에 문제가 생겼어요. 전에도 몇번 「SOS」를 한 적이 있는 말레이시아 관계자들이 저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주 과장은 그날 저녁 9시 비행기를 타고 말레이시아에 도착해 곧장 빌딩으로 갔고 꼬박 하루를 씨름해서 일단 임시로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였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APC 본사에서는 근본적 해결을 위해 열달이나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보다 못한 주 과장이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말레이시아 빌딩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놓고 직접 시뮬레이션하는 작업을 통해 문제를 3일만에 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본사의 전문가들도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를 간단히 해결한 것이다.
덕분에 그는 유닉스와 네트워크분야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한국뿐만 아니라 아태지역에 대한 기술지원을 모두 담당하는 「JPAA SE」가 됐다.
주 과장은 일단 의뢰를 받으면 직접 현장과 똑같은 시스템을 구성해 시연해보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야 문제점을 더욱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가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중학교시절 8비트 컴퓨터를 만지면서부터. 대학때는 하이텔 OS동호회에서 활동하며 국내 리눅스 보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컴퓨터시스템 전문가가 된 것은 「네가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흥미를 가지는 것은 컴퓨터 같다」고 하신 어머니의 충고를 받아들인 덕분』이라는 주 과장은 『컴퓨터 활용과 관련해 보다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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