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가 수입된다. 지난 45년 해방 이후 무대공연물·출판물을 제외하고 수입이 금지돼오던 일본의 대중문화가 비디오·영화·만화를 필두로 우리 안방과 극장가로 밀려오게 된다. 이와 관련해 비즈니스 일각에서는 「일본 특수」라는 말이 나올 만큼 다들 그 파장에 들떠 있다. 다양성의 시각에서 볼 때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다양성을 찾아보기 참 힘든 나라 중 하나였다. 일상생활에서도 보통사람들과 기호가 조금만 달라도 그 물건을 구입하기가 너무 어렵고, 이따금이지만 좀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특별한 사람 대우를 받기 일쑤다. 다들 비슷한 취미에 주말이면 모이는 장소도 같다. 나이든 사람만 그런가 하면 신세대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기성세대와 다르긴 하지만 신세대 안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패션의 옷을 입고 「개성」이라 칭하며 기성세대를 답습하고 있다.
무늬만 개성인 개성을 추구하는 획일화 현상은 비단 일상생활이나 문화 등의 분야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를 보더라도 한 분야가 유망하다고 하면 모든 비즈니스맨들이 그쪽으로 몰리고, 그와는 다른 분야를 하는 것은 마치 능력이 없거나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는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동종업계로 몰려간 비즈니스맨들은 다시 몰개성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제품 차별화 경쟁은 염두에도 없고 가격 경쟁으로 곧장 들어선다. 한때 아래아한글의 성공을 보고 국내의 한다 하는 소프트웨어(SW) 개발사들은 대부분 워드프로세서를 하나씩 만들었지만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뿐인가. 인터넷 비즈니스가 뜬다고 하니 너도나도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제목만 다른 콘텐츠 비즈니스를 시작했는데, 그 결과 아직 성공했다고 평가할 만한 모델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어릴 때부터 받아온 획일적 교육에 있다.
또한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너무 중요한 일이 되다보니 튈 생각을 감히 해보지 못한 탓도 있고, 튀기엔 엄두가 나지 않는 데에도 이유는 있다.
다가오는 21세기는 인터넷이 매섭게 파고드는 세상이 될 것이다. 전화망에서 케이블망, 무선과 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네트워크 접속 매체들이 지구를 촘촘하게 에워싸고 있다.
요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터넷 게임방이나 「MPEG 음악 자동판매기」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는 것에서 이같은 시대를 예감할 수 있다. 거대 네트워크를 의식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공중전화처럼 사용할 날이 벌써 오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시장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인터넷서점 「아마존」이나 검색서비스를 넘어 쇼핑몰이 된 「야후」 등은 획일적인 사고에서 나오지 않는다.
남과 다르거나 당장은 좀 낯설게 보이는 것이라도 받아들이고 그것의 장점을 수용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다양성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이제 앞으로 우리나라는 다양성을 추구하고 용인해주며 그러다가 실패해도 흠이 되지 않는 열린 사회가 돼야 한다. 21세기는 다양성이 지배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허진호 아이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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