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훈장관 "통합방송법" 발언 속뜻 뭔가

 국회 처리가 유예된 통합방송법을 『이번 기회에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배순훈 정보통신부장관의 18일 언급은 상당한 논란과 파장이 예상된다.

 통합방송법(이하 통방법)이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정부 주무부처 가운데 하나인 정통부장관이 보완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향후 입법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단 배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정치논리로 접근해 갖가지 부작용을 낳았던 통방법에 대해 경제적·기술적 논리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그가 밝힌 대로 통방법의 국회 회기내 처리가 보류된 것은 차라리 잘된 것이고 이 기회에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보자는 의지는 배 장관뿐 아니라 통신서비스업계 일반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배 장관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통신서비스업계 고위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적극 찬성의사를 표명하고, 앞으로 법 보완작업에 이같은 정통부 입장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필연적 추세인데도 불구, 기존 통방법은 이를 담아내지 못해 설사 이번 국회 회기중에 통과되었더라도 조만간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진통이 예상된다고 설명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통방법이 너무 정치적 이슈로만 부각돼 시장과 기술흐름이라는 세계적 조류와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흘러 마치 펜티엄시대에 286급 법규를 만드는 꼴이라는 비판까지 제기했었다.

 실제로 통신업계는 유무선망을 연계해 통신과 방송을 동시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고 앞으로 이같은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이 때문에 이에 대비한 기존 규제는 모두 철폐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송과 통신의 진입규제는 반드시 철폐돼야 하고 완전 시장경쟁 원리에 맡기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개념을 토대로 정부가 개입하는 정책적 범위는 최대로 축소한 채 불건전 프로그램 규제 등 콘텐츠 규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 장관 발언의 초점인 통신방송정책 일원화 및 규제기관 단일화에 대한 정확한 그림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우선은 방송통신위원회 혹은 통신위원회라는 명칭으로 방송통신 규제기관을 단일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방송통신정책에 일절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같은 배 장관의 정책방향이 과연 관철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정통부는 이미 케이블TV 관련 개정안을 두고도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번에는 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갔다.

 정치논리를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경제·기술 논리를 보완하자는 주장이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보통신업계에서는 이번만큼은 배 장관과 정통부 입장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뚜렷한 제 목소리를 낸 정통부가 관계부처와 이해기관 및 단체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해낼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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