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PC업계, HDTV시장 "주도권 경쟁"

 가전업체들이 본격적인 고선명(HD)TV 시장선점 경쟁에 돌입하기도 전에 PC업계가 잇따라 HDTV를 수신할 수 있는 PC-DTV의 개발을 발표, 벌써부터 양 업계간에 HDTV 시장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일본의 소니·미쓰비시·마쓰시타, 프랑스의 톰슨,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 해외 유수 가전업체들은 최근 HDTV 제품출시계획을 발표하거나 제품을 선보이는 등 HDTV시장 공략을 위한 주도권 경쟁에 들어갔다.

 가전업체들은 그러나 HDTV가 최고 1만 달러를 호가할 정도의 고가여서 시장이 무르익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대적인 판촉전략을 자제하고 있다.

 미쓰비시의 경우 기존 NTSC 아날로그방송을 수신하면서 디지털TV 세트톱박스를 추가장착하면 고선명 ATSC 디지털방송도 시청할 수 있는 7개의 모델을 출시했으나 아직 본격적인 수요잡기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쓰시타 역시 디지털TV 세트톱박스와 연결해 쓸 수 있는 56인치 와이드 프로젝션TV 1개 모델을 출하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소니·도시바·히타치·샤프 등도 연말 크리스마스시즌에나 디지털TV를 출시할 예정이다.

 톰슨과 필립스도 종전보다 가격을 낮춘 디지털TV를 판매한다는 계획 아래 내년 중에나 출시한다는 느긋한 자세다.

 삼성전자도 8천 달러 상당의 일체형 HDTV를 이번주 중에 시판할 예정이나 초기시장인 만큼 출하물량을 월 1백대 이하로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비해 PC업계는 HDTV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이다. HDTV를 수신할 수 있는 PC가격이 HDTV가격보다 절반 이상 싸기 때문에 초기시장 공략에 더욱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국내업체로서 이 분야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은 LG반도체. 최근 HDTV수신 및 디코드 칩세트를 개발한 LG반도체는 유수의 PC업체들과 제휴, 이들로 하여금 이 칩세트를 사용한 PC-DTV를 조기 시판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LG반도체는 인텔·ATI 등 유수의 PC업체들이 내년에 이 칩세트를 채용한 PC-DTV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텔은 특히 디코더를 칩세트로 사용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로 구현해 더 낮은 가격의 PC-DTV를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인텔은 이를 위해 LG반도체와 LG전자 계열사인 제니스와 공동으로 HDTV 수신카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컴팩도 지난 10일 마쓰시타의 계열사인 파나소닉과 제휴해 HDTV 튜너와 디코더 카드를 개발하고 시장경쟁에 가세했다.

 튜너와 디코더 등 2개의 카드로 구성된 이 제품은 기존 NTSC 아날로그 방송과 ATSC 디지털방송을 동시에 수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파나소닉은 이 DTV 카드를 마쓰시타에서 생산해 PC-DTV업체는 물론 방송국이나 프로그램 제작사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PC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컴팩은 이 카드를 채용한 PC-DTV로 안방시장을 점령한다는 포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안방시장을 두고 전개되고 있는 가전업계와 PC업계간의 치열한 각축전은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돼 앞으로 어느 일방의 승리보다는 HDTV 시장활성화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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