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명의 도용 PCS 불법가입 사흘 통화료가 5천9백만원"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불법으로 개인휴대통신(PCS)에 가입한 뒤 국제전화나 3자 통화를 집중 이용함으로써 가입 사흘 만에 5천9백만원 어치를 사용한 사건이 발생해 처리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이 가입자는 주로 사업자가 이용요금을 체크하지 않는 시간대에 통화하는 치밀함과 국내의 다른 이동통신 가입자와도 수차례 통화할 정도로 대담성을 드러내고 있어 이동통신서비스 업자들의 가입자 유치에 주의가 요망된다.

　문제는 인천에 사는 류모씨(30·학생)가 지난달 3일 인천 시내버스 안에서 지갑을 절취당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류씨의 지갑에는 주민등록증과 현금카드·신용카드·학생증 등이 들어있었던 것.

　류씨의 지갑을 훔친 범인은 류씨의 주민등록증에서 사진을 떼어내고 자신의 사진을 붙여 이를 이용해 농협에 계좌를 만들고 지난달 17일 영등포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018로 두대를 가입했다.

　이 정체불명의 가입자는 17일 오후부터 19일까지 두대의 PCS를 이용해 일본·파키스탄·방글라데시·필리핀 등지에 무려 2백여건이 넘는 국제전화를 사용했다. 심지어 그의 통화기록 가운데는 저녁 8시에 시작해 다음날 아침 9시까지 무려 13시간이나 사용, 단일 통화요금이 99만2천원을 기록한 것도 있을 정도다.

　특히 3자통화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국내의 PCS 가입자가 해외의 A·B 두 사람에게 각각 접속한 뒤 통화하다가 국내의 PCS가입자가 전화를 끊어도 해외의 A·B끼리는 통화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통화유형은 국내 가입자가 해외의 폰팅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단말기를 임대 또는 전매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PCS는 이같은 사건이 터지자 국내 통화내역을 근거로 이 가입자를 찾아내는 데 나섰으나 일일이 번호와 통화인물을 대조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가입점에서 본인 여부를 확인한 뒤 가입을 받고 있으나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할 정도로 위조한 주민등록증이 정교해 어쩔 수 없었다』며 『 불법 사용자를 찾아내지 못하면 본사 차원에서 큰 손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입점이나 대리점들이 가입수탁업무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