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장비 개발방향
80년대 국산 전전자교환기술은 국가 수출산업의 육성을 목표로 급속한 발전을 보였다. 이후 90년대 이동통신이 급부상하면서 디지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개발은 무선통신의 대중화라는 고객지향적 서비스로 통신의 획기적인 전기를 이루었다. 그렇다면 2000년대 통신기술은 무엇이 동기가 되어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기반이 되어 네트워크산업의 활황으로 이어진다고 자신있게 답한다. 특히 차세대 인터넷(NGI)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로의 귀결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네트워크업체들이 바라보는 앞으로의 시장은 장밋빛이다. 기술개발에 노력한 만큼 거둬들일 결과도 풍족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으로 벤처의 타이틀을 달고 네트워크 장비제조업을 개시한 국내업체는 줄잡아 20여개. 네트워크연구조합에 등록된 업체만도 12개사에 달한다. 서로 최고의 네트워크 장비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하는 업체들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들의 시장점유율과 매출액면에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대부분 신생기업이고 일부는 아직 이렇다 할 매출도 없는 기업도 있다. 데이터통신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급거 뛰어든 기업들인 까닭이다. 물론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은 초기 모뎀사업부터 체계적인 발전을 이뤄온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벤처의 옷을 입은 신생아들이다.
이들 국내 네트워크업체가 제품생산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이 바로 「풀 라인업」이다. 네트워크 인터페이스카드(NIC)에서 비동기전송방식(ATM) 스위치까지 모두 생산해 네트워크 구축 때 자사의 제품으로만 구성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개발에 따른 기술력이 필요하다. 한 분야만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것보다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자금 또한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국내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들은 「풀 라인업」을 최상의 목표인 양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올해 국내 네트워크 장비시장은 5천9백34억원 규모. 국산 네트워크 장비의 매출액은 1천억원에도 채 못미치는 8백14억원 수준이다. 나머지 5천여억원은 외산 네트워크 장비들이 몫이다. 「풀 라인업」을 향해 질주해도 결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결국 이들 기업 역시 매출을 위해 외산 네트워크 장비를 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산화」라는 거대한 목표 앞에 초라한 행색을 드러낸 꼴이다.
이처럼 외산 네트워크 장비 앞에서 「국산」이 꼬리를 내린 것은 핵심 기반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국산」의 문패를 달고 기술력 부재로 소리소문 없이 외산을 팔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무모한 기술개발이 더해져 대기업 같은 벤처기업이 생겨나는 「이상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벤처의 의미는 「모험」이다. 그러나 국내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의 벤처는 「모험」이라기 보다 「무모」에 가깝다.
벤처 신화를 일궈낸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는 90년대초 불과 2억달러의 매출에 지나지 않았다. 5∼6년이 지난 후 이 회사의 매출액은 60억달러를 상회한다. 「라우터 하면 시스코시스템스」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이 회사는 라우터 한 품목으로 세계를 장악했다. 이처럼 성공한 네트워크 벤더들은 대표제품이 있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제조업체들이 나아갈 길은 전략품목을 선정하고 이를 집중 개발하는 것이다. 특히 벤처라고 자부하는 신생기업들은 더욱 그러하다. 네트워크에 대한 국가경쟁력 자체가 취약한 상황에서 개별기업의 경쟁력을 거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 자체가 거대한 벤처기업이 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업체별로 특화된 제품을 내놓고 이를 솔루션화하는 「한국형 네트워크 PB(Private Brand)상품」의 개발이 무엇보다 아쉬운 시점이다.
<이경우 기자>
IT 많이 본 뉴스
-
1
쏠리드, 작년 세계 중계기 시장 점유율 15%…1위와 격차 좁혀
-
2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
3
“5G특화망 4.7GHz 단말 확대·이동성 제공 등 필요” 산업계 목소리
-
4
'서른살' 넥슨, 한국 대표 게임사 우뚝... 미래 30년 원동력 기른다
-
5
美 5G 가입건수 우상향…국내 장비사 수혜 기대
-
6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ICT분야 첫 조직 신설…'디지털융합촉진과'
-
7
KAIT, 통신자료 조회 일괄통지 시스템 구축 완료…보안체계 강화
-
8
[이슈플러스]블랙아웃 급한 불 껐지만…방송규제 개혁 '발등에 불'
-
9
SKT, SK컴즈 등 3개 계열사 삼구아이앤씨에 매각
-
10
티빙-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새해 3월 종료…“50% 할인 굿바이 이벤트”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