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국제 규모의 인쇄회로기판(PCB) 전문전시회를 개최해 보자는 목소리가 국내 PCB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아직 해외시장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일부 PCB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PCB업계에 몸담고 있는 PCB산업인들이라면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해묵은 여망이다.
속앓이처럼 앓아온 「국제 규모의 PCB 전문전시회 개최」 필요성이 최근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국내 PCB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IMF 이전까지 국내 상당수 PCB업체들은 국내 전자·정보통신업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해 왔으나 내수침체와 수출부진으로 이들 업체의 PCB 구매량이 급감하면서 주요 PCB업체들은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는 쪽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시장 개척 경험이 일천한 대다수 국내 PCB업체들은 의욕만 앞서 있지 정작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바이어를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 등 수출 실무에 관한 정보 및 노하우 부재라는 벽을 실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70년대 종합상사 직원처럼 가방 하나 들고 해외시장 개척에 무작정 나설 수도 없는 실정이다.
국내 대다수 PCB업체가 직면하고 있는 이같은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국내 PCB산업의 위상을 세계 각국 바이어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 중의 하나가 바로 국제 규모의 PCB 전문전시회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국내 PCB업체 및 소재·장비업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의 기술·제품을 소개하고 학술 세미나까지 개최한다면 해외 바이어들이 대거 몰려들 것』이라고 한 중견업체 사장은 전망하면서 『현재 업체별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시장 개척 성과가 배가되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10여개 PCB관련 해외전시회에 출품한 적이 있는 안민혁 영화OTS 사장은 『우리보다 전체 PCB 및 소재·관련장비 시장 규모가 적은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는 물론 유럽 국가들도 매년 정기적인 PCB 전문전시회와 세미나를 개최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개최된 적이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PCB용 원판 공급능력은 세계시장의 10%인 1천8백만㎡에 달해 세계 4위의 공급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PCB 공급능력도 세계 5위권에 달하는 13억3천만달러 정도인 것으로 국제인쇄회로기판협회(IPC)는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국내 PCB산업의 규모는 국제적인 PCB 전문전시회를 국내에서 개최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매출 규모 10위권 이내에 드는 PCB업체들은 이미 매출액의 50% 이상을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고 중견업체들 또한 내년부터는 매출액의 절반 정도를 수출에서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심 갖고 있다.
국내 PCB업체들이 이처럼 수출지향적 구조로 사업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국제 규모의 PCB 전문전시회 개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전시회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이를 추진할 주체가 없다』고 지적하고 『차제에 국내 PCB업계를 대변하고 업계의 해외시장 개척을 리드할 수 있는 구심체의 결성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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