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케이블TV방송사들이 TV영화 제작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자체 TV영화를 만들어 왔던 터너 네트워크 텔레비전을 비롯해 HBO·라이프타임 텔레비전·USA네트웍스·더 디즈니 채널 등에 이어 폭스 패밀리채널·FX·VH1·A&E네트워크·TBS슈퍼스테이션 등 케이블TV방송사가 잇따라 TV영화 제작에 진출했거나 참여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일부 TV방송사들이 자체 제작한 영화나 미니시리즈 등이 에미상에서 줄줄이 수상을 하는 등 상당한 성공을 거둠에 따라 다른 업체들도 덩달아 같은 분야의 사업에 참여,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TV영화 제작이 제공하는 높은 시청률과 광고요율, 네트워크 이미지 고양이라는 부대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TNT의 프로그램들은 이번에 총 18개 부문에서 에미상 후보에 올랐는데, 이 중 8개는 자체 제작 미니시리즈인 「조지 왈라스」, 6개도 자체 제작 영화인 「버팔로 솔리드」 등이었으며, 단일 프로그램으로 17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던 HBO의 미니시리즈 「지구에서 달까지」 역시 자체 제작한 것이다.
이처럼 케이블TV방송사들간 TV영화 제작붐이 일자 영화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도 볼 만하다. 케이블TV방송사 경영진들은 자체 제작 영화가 외부에서 구입한 시리즈물이나 영화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자체 제작 영화의 시청률이 평균 시청률의 4∼5배를 웃도는 경우도 종종 있다. 라이프타임이 지난 7월에 방영한 자체 제작 영화 「체인지 오브 하트」의 경우 닐슨 미디어리서치 기준으로 4.7%의 시청률을 기록, 케이블TV방송 프로그램 역사상 다섯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케이블TV방송사들이 자사 시청자들에게 걸맞은 주제를 잘만 선택할 경우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광고가격 역시 높게 형성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정규 시리즈물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영화전후의 광고시간을 팔고 있는 반면 케이블TV방송사들은 자체 제작 영화들에 대한 광고시간을 프리미엄 가격으로 팔고 있다.
케이블TV방송사들이 다른 장르보다 영화 제작에 비중을 두고 있는 이유는 위험성이 덜한 것도 한 요소다. 즉 영화는 일회성 이벤트여서 많은 비용을 들여 자체 제작한 시리즈물이 실패할 경우와는 달리 성공하지 못해도 손실이 적다는 것이다.
한편 케이블TV방송사 경영자들은 자체 제작한 영화들이 네트워크의 정체성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TNT가 주로 미국의 역사적 이슈인 서부개척·남북전쟁 등을 집중적으로 영화화함으로써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듯이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네트워크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케이블TV방송사들은 따라서 대중성은 있으나 특징이 없는 영화를 구입해 방영하는 것보다 시청자들의 구미에 맞으면서도 새롭고 시의성 있는 영화를 제작해 인지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라이프타임은 자체 제작 영화들을 모아 여성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디지털 채널인 「라이프타임 무비 네트워크」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으며, VH1은 음악을 주제로 삼은 대부분의 극장용 영화들에 대한 방영권이 몇 년 동안 묶여 있기 때문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내년부터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들을 자체 제작키로 했다.
케이블TV방송사들이 다른 업체들과 협업관계를 유지해 제작비를 줄이려는 경향도 최근에 나타난 현상 중의 하나다. 이들은 외부 동업자들에게 제작 영화에 대한 국제판권 및 국내 가정용 비디오 판권 등을 줌으로써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TNT는 타임워너의 자회사인 뉴라인 텔레비전과 협업해 법조계를 비판하는 「Legaless」를 만들기도 했다. 바야흐로 케이블TV방송가에 TV영화 제작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자료제공=방송동향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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