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 컴퓨터실에 얌체족들이 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리포트 작성이나 서버 이용 등 학문적 목적을 위해 개방해놓은 컴퓨터실에 「채팅족」 「오락족」 「음란족」들이 판을 치고 있어 양식있는 사용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대학내에서 컴퓨터실 이용은 포화상태다. 몇년전만 해도 학내 LAN을 통해 서버를 이용하는 사례는 통계처리 등에 국한되었으나 최근에는 수강신청을 하고 학교내에서 인터넷 활용이 일반화되면서 컴퓨터실의 이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여기에 시험기간이나 리포트 제출시기가 다가오면 학교 컴퓨터실 앞에는 길게 늘어선 학생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학교안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결국 컴퓨터 한대를 확보하지 못해 근처 친구 하숙집이나 복사집을 찾는 것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대학생활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만성적인 공급부족에도 불구하고 컴퓨터실을 차지하기 위해 악성적인 얌체족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부류가 채팅족이다. H대학 1학년 새내기인 김모군은 리포트 작업을 위해 컴퓨터실을 찾았으나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반수 이상이 채팅에 빠져 있어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컴퓨터를 만져보지도 못했다고 토로한다.
그는 『인터넷이나 채팅은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데 굳이 학교에서까지 통신을 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메일과 게시판 정도를 잠깐 보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급한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자신만의 오락을 위해 컴퓨터를 지나치게 오래 잡고 있는 것은 매우 못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컴퓨터실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사례는 채팅뿐 아니라 머드게임과 같은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음란물 검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Y대학의 한 컴퓨터실 관리자는 『오후에 컴퓨터를 검색해보면 반수 이상의 컴퓨터 캐시 디렉토리에 인터넷에서 검색한 음란 사이트와 사진들로 가득하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이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K대학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얼마전 겪은 황당한 사례를 설명해줬다. 어느날 늘 사용하던 컴퓨터실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PC를 켰더니 부팅하자마자 암호를 넣으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는 것. 학교에서 새로 관리를 하려고 암호를 걸어놓았나 싶어 옆 PC사용자에게 물어봤더니 그것은 정상이란다. 내용인즉 한 악성 얌체족이 아예 컴퓨터의 바이오스에 자신만 아는 암호를 걸어놨기 때문. 바이오스 암호를 걸 경우 암호를 모르는 다른 사람은 절대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PC를 뜯어고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인터넷 음란물 검색을 차단하거나 관리자를 상주시켜 학생들의 컴퓨터실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구정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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