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아이템으로 PC통신 IP의 성공확률은 몇%나 될까.」
최근 바늘귀 취업문을 뚫지 못한 대학졸업 예정자들과 IMF시대가 쏟아낸 실직자들로 IP창구가 붐비면서 이같은 의문이 제시되고 있다.
PC통신업계가 지난 9월말 정보통신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천리안·하이텔·유니텔·나우누리·넷츠고 5개사 IP는 총 5천1백개사 정도. 이는 IMF 직후였던 지난해말 3천5백41개사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9개월 만에 44%가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폭발적인 신장세는 통신 IP가 별다른 기술과 창업자금 없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도전해볼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게다가 직장생활에 얽매일 필요 없이 자유로운 재택근무가 가능해 요즘에는 대학생이나 주부들까지 IP 창업강좌에 몰려드는 실정이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실패확률이 높은 소호 아이템이 바로 IP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PC통신 업계의 종가로 그동안 스타 IP들을 가장 많이 배출해낸 C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는 IMF 이전 2백건 미만이던 월 평균 IP신청이 올 들어 5백건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접수된 IP제안서가 실제로 채택된 비율은 겨우 10% 미만이었다. 운좋게 IP에 입문해도 자료입력비를 제외한 순수익을 올리며 1년 이상을 버틴 업체는 다시 10%선으로 줄어든다. 결국 IP 제안서를 낸다는 것은 「생존확률 1%의 도전」인 셈이다. H사의 경우도 올들어 개점휴업 상태로 이름만 걸어놨던 IP들 1백50개사가 무더기 퇴출당했다.
그렇다면 IP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국내 PC통신 업체들의 IP 월평균 수입은 대체로 2백만원을 살짝 밑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같은 취업대란 시기에는 비교적 고소득 직종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상위 5%의 대형 IP들이 고소득을 올리는 반면 50% 이상이 월 50만원 이하의 수입에 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C사의 한 관계자는 『정보제공료를 받는 유료 대가 IP 약 1천2백개사 가운데 무려 69%에 해당하는 8백30개사가 50만원 미만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형편』이라면서 『이 가운데 4백20개사의 월 수입은 10만원도 안되며 다른 업체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털어놓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PC통신 업체의 과열경쟁과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과장보도가 이처럼 경쟁력 없는 IP를 양산해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소호아이템으로 IP의 전망이 반드시 불투명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IP 지망생들을 위한 지침서를 펴낸 하이텔의 김좌우태 IP 개발팀장은 『포화상태에 이른 후에도 계속 몸집이 불어난 IP업계가 이제는 거품을 걷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고 전제하면서 『부실 IP들이 퇴출되는 시기이므로 이럴 때 옥석을 잘 가려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한 예로 올해 신설된 「건설인력 취업정보」는 IP개설 첫달에 1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는 것.
천리안 콘텐츠사업팀 황홍선 대리는 사업제안서를 낼 때 피해야 할 아이템으로 이미 대형 IP들의 텃밭인 재테크나 증권정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힘든 패션이나 영화정보, 그리고 앞으로 무료정보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갖가지 생활정보를 손꼽는다. 올해 성공한 IP들은 대게 「세관공매정보」 「내집마련 상담」 「직장인 부업 토털정보」처럼 차별화된 DB들이라는 것.
요즘 PC통신 업계에는 부실 IP 퇴출작업과 함께 IP 제안서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는 철저한 시장분석과 사업계획을 가지고 도전하는 IP들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아 고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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