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한 과학영화 「토털리콜(Total Recall)」을 보면 미래에는 인간이 컴퓨터 캡슐 안에 들어가 마치 실제처럼 우주를 여행하고 가상의 우주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현실의 체험으로 생생하게 느끼는 장면이 나온다. 특히 이 영화의 압권은 거실에 있는 유리창이 갑자기 벽걸이TV로 변해 뉴스를 전하다가 또 다시 산과 꽃들에 나비가 날아드는 야외전경 그림으로 바뀌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유리창이 벽걸이TV로, 또 액자 속의 그림으로 바뀌는 획기적인 디스플레이가 미래에는 가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작가는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TV·액정표시장치(LCD)·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을 비롯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들이 잇따라 선보이면서 과거 오랫동안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던 각종 상상 장면을 눈앞에 생생하게 재현,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내 사무실에 앉아 미국 출장중인 회사 상사를 바로 옆에 모시고 대형 화면을 통해 원격 영상회의를 진행하고 3차원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제상황과 똑같이 탱크와 항공기를 조정할 수도 있다.
특히 3차원 디스플레이는 컴퓨터가 만든 가상현실 화면을 최종적으로 우리 눈앞에 펼쳐 놓는다는 점에서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러면 21세기 초 우리의 일상생활까지 다시 한 번 바꿔놓게 될 디스플레이 제품으로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다시 화제의 과학영화 「토털리콜」로 돌아가 영화에서 선보였던 디스플레이 장비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이 영화에서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주인공인 슈워제네거가 살고 있는 집의 거실 등에 놓여 있는 벽걸이TV. 주인공이 단추 하나만 누르면 이 TV는 박진감 넘치는 영상화면으로 최신 뉴스를 전할 뿐만 아니라 각종 오락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제공해주기 때문에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이 밖에도 지하철 곳곳에 설치된 X레이 투시장치를 비롯해 화성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가상현실과 결합된 다양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였다.
그러면 최근 국내외에서 개발이 완료됐거나 현재 개발중인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으로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우선 지난 달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발사장면 등을 생생하게 안방까지 전해주고 있는 디지털TV 수상기를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디지털TV는 주사선의 밀도가 기존의 TV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차세대 첨단제품이다. 흔히 고선명(HD)TV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대형극장 화면을 보는 것처럼 사람 얼굴의 땀구멍 하나까지 재현할 수 있다. 디지털TV를 처음 보면, 흑백TV를 보다가 컬러TV를 처음 보았던 순간처럼 충격을 받을 정도다.
이 밖에도 디지털TV가 제공하는 입체음향은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다. 기존 TV가 소리를 좌우만 구분할 수 있는 스테레오 음향을 제공하는 데 비해 디지털TV는 소리의 앞뒤까지 만들어 내는 「3차원 입체음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디지털TV 방송이 2001년부터 국내에서도 본격 실시되면 광고·패션·화장 등 색채와 영상에 관련된 산업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그러나 디지털TV는 여전히 무겁고 두꺼운 브라운관을 사용하는 CRT기술이라는 점에서 대형화면을 구현하기 어려운 데다가 이동성도 떨어지는 등 취약점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1백년 역사를 갖고 있는 브라운관은 2000년대 초반을 전후해 디스플레이의 제왕 자리를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LCD·PDP로 대표되는 평판디스플레이(FPD) 계열 제품들에게 넘겨주어야 할 형편이다.
얇은 판 두 장 사이에 액정(액체)을 넣어 만든 LCD는 무엇보다도 가볍기 때문에 휴대형 컴퓨터를 비롯해 교통정보시스템, 오락용 게임기용 단말기 등에 널리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LCD는 수율향상 등의 문제 때문에 30인치 이상 대형제품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단점으로 들 수 있다.
한편 역시 얇은 판 두 장 사이에 플라즈마(기체)를 넣은 PDP는 특히 50인치급 대형화면 제품에 널리 사용될 전망이다. 또 이들 두 가지 제품은 각각 액체와 기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파손이 쉬운 등 외부환경에 민감하다는 약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비해 전계발광디스플레이(ELD)는 완전 고체소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외부환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지만 전력소비가 많고 청색을 잘 못내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ELD의 활용분야도 국방·우주·의료 분야 등에 국한될 전망이다.
또 전계방출디스플레이(FED)는 얇은 판 두 장 사이에 빛을 방출, 영상을 합성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처리속도 등에서 월등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따라 FED는 앞으로 몇 년 안에 기존의 브라운관(CRT)을 상당부분 대체할 뿐만 아니라 휴대형 컴퓨터, 오락용 게임 등에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밖에도 발광다이오드(LED)디스플레이는 초소형 전구를 이용해 영상을 구성하는 것으로 특히 신문과 방송사 등의 1백 인치가 넘는 초대형 정보 안내판 등에 주로 활용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은 특히 앞으로 위성방송 등과 결합할 때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이제 일반인들도 머릿속 상상을 가상현실 기법으로 완벽하게 재현, 이를 다시 디지털 위성방송 등을 통해 안방에서 초대형 벽걸이TV로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춘가도를 달리는 승용차 안에서도 깨끗한 영상과 3차원 입체음향을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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