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냐 모토롤러냐.」
국내 이동전화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SK텔레콤이 단말기 수급을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전체 단말기 물량의 70%를 점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택해야 할지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모토롤러와 손을 잡아야 할지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0월 모토롤러와 「디지털 스타택」 단말기 5만여대에 대한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폴더형 단말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와 대부분 아날로그 사용자인 스타택 대기 수요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SK텔레콤은 초반이긴 하지만 기대를 넘어설 만큼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달 약 5천대가 공급됐던 스타택은 처음 모습을 드러낸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품귀현상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택의 판매가는 48만∼50만원 선. 20만원대였던 삼성 단말기나 10만원대인 LG 단말기들을 뒤로 한 채 스타택은 유통대리점들에 넉넉한 마진까지 안겨주며 화제 집중현상을 일으켰다.
SK텔레콤은 이같은 시장반응을 토대로 현재 모토롤러사와 12만대 가량의 추가물량에 대해 협상을 진행중이며 내년에는 40만대 가량을 공급받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이같은 행보에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SK텔레텍을 통한 사업자 단말기 생산으로 그렇지 않아도 미묘한 기류가 형성된 삼성전자의 입장을 무시해버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 한해 동안 SK텔레콤의 전체 단말기 수요물량의 70% 이상을 점해온 곳으로 모토롤러의 등장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달초 출시 예정이었던 폴더형 단말기도 오는 20일 이후에나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삼성으로서는 더욱 다급한 상태다. 지난달 말 SK텔레콤 한 임원의 모토롤러 방문이 삼성 관계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는 후문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현재 모토롤러와의 협상은 물론 삼성측과도 99년 단말기 수급물량을 두고 논의를 진행중』이라며 어느 한 사업자와만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SK텔레콤으로서는 단말기 다양화 정책도 필요하지만 국내 단말기업체들과의 우호적인 관계유지도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이 모토롤러를 끌어들이고 SK텔레텍을 통해 자체 단말기 생산에 나서는 등 사업자로서 단말기업체를 견제하고 주도권을 잡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무풍가도를 질주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모토롤러 단말기의 경우 초기 반응은 매우 좋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것이 대량으로 공급될 때도 똑같은 반응이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스타택이 아직은 시장에서 검증받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CDMA단말기 기술이 세계 최정상급이라는 데는 모토롤러도 이의를 달지 않는 형편이다. SK텔레콤이 만약 모토롤러에 치우친 정책을 펼치다 내년도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이를 외면한다면 다시 삼성에 기댈 수밖에 없고 그때에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디지털 스타택은 지난 여름 한국상륙을 시도했으나 몇가지 결함이 발견돼 모두 미국으로 리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성능이 보완된 상태로 출시되었지만 아직 본격 검증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고 그 성공 여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SK텔레콤과 모토롤러, 심지어 삼성전자까지 당분간은 모두 줄위에 매달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이택·김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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