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아웃소싱 강화

 사상 최악의 불황기를 맞고 있는 세계 반도체업계가 효과적인 구조조정 방안의 하나로 아웃소싱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아웃소싱의 범위도 예전에는 주로 테스트나 조립 등 후공정쪽에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웨이퍼 가공(파운드리)과 칩 디자인 등 점차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올 초 1만5천명의 직원을 감축키로 하는 등 모토롤러는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아웃소싱을 대폭 강화한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토롤러는 이를 위해 지난해 8%에 그쳤던 외주 웨이퍼 가공비율을 오는 2002년에는 전체 웨이퍼 수요의 절반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PC 주변기기 칩 제조업체인 시러스로직은 90년대 중반 IBM과 루슨트테크놀로지스사와 각각 계약을 체결하고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설립키로 했던 2개의 제조시설에 대한 투자를 최근 중단했다. 시러스로직은 이 시설을 통해 공급받고자 했던 웨이퍼를 대만의 TSMC와 다른 파운드리 전문업체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통신 칩 제조업체인 해리스도 천문학적인 제조시설 투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앞으로 생산할 제품 대부분을 대만이나 싱가포르의 파운드리 전문업체로부터 외주용역 형태로 공급받기로 했다.

 이같은 비메모리업체 뿐만 아니라 메모리업체의 웨이퍼 외주생산도 최근 시도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업체인 후지쯔는 64MD램 기술을 TSMC에 제공하는 대신 TSMC는 64MD램 웨이퍼를 후지쯔에 공급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업계가 이처럼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반도체 생산의 투자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64MD램을 생산하기 위해 시설에 소요되는 금액은 대략 15억달러다. 그러나 2백56MD램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시설을 구축하는 데는 25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1GD램의 경우 무려 50억달러의 자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시설 투자금액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금액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 급격한 기술발전에 따라 제조시설의 이용기간도 짧아져 투자환수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 파운드리 제조업체들의 기술수준과 생산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도 세계 반도체업계가 파운드리 비중을 확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대만의 대표적 파운드리업체인 TSMC나 UMC의 경우 내년 0.18미크론의 공정과 구리기술을 도입하는 등 공정기술에서는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분야와 달리 반도체 분야는 첨단 기술과 막대한 시설투자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아웃소싱 움직임이 미약했다』며 『그러나 과잉투자의 피해를 몸소 체험했던 반도체업계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아웃소싱에 나서고 있어 반도체 산업도 이제는 본격적인 아웃소싱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주장했다.

 그는 또 그동안 1백% 자체 제조시설을 통해 반도체를 생산해온 국내업체들도 이제는 아웃소싱에 관심이 높아져 이르면 내년부터 테스트나 조립 등 후공정분야부터 아웃소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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