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집중·재과금 등 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이 꽃을 채 피우기도 전에 「가사상태」에 빠져들었다.
통상 별정통신 2호 사업으로 불리는 설비미보유 재판매는 한국통신 등 기간통신사업자의 전화회선을 할인된 가격으로 대량 구입, 전화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사업을 허가했으며 올해초부터 사업자들이 하나 둘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거의 1년이 흐른 지금 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자들은 수익을 내기는커녕 사업조차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자들은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기간통신사업자, 특히 한국통신의 계약조건과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사업을 시행하는 데 애로가 많다는 얘기다.
현재 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사업자는 한국통신과 데이콤. 그러나 시장점유율 등 여러 조건을 감안하면 「등을 비빌 곳」은 한국통신밖에 없다는 게 사업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자들의 불만이 한국통신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한국통신이 제시한 가입자 모집절차다. 한국통신은 「한국통신의 시장점유율이 50% 이하인 지역에서 가입자 모집시 전담전화국에 관련서류를 접수하면 되며 그 이상일 경우는 지역전화국 담당자와 협의를 거쳐 계약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또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경우 모집허용 조건으로 △고객이 경쟁사로 전환하려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자에 지불하는 금액보다 매출액 증가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 서너가지를 내걸었다.
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자들은 한국통신의 이같은 규정이 너무 까다롭다고 말한다. 한 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자는 『한국통신의 시장점유율이 50% 이하인 지역이 어디 있으며 50% 이상 지역의 경우 일일이 전화국 담당자와 얘기해야 하는데 만나기조차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통신을 비롯한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생각은 이와 많이 다르다. 설비미보유 재판매시장이 왜곡되고 있는 이유는 사업자의 난립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10월말 현재 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자는 총 73여개. 이들의 요구조건을 모두 들어주라는 것은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한국통신측 얘기다. 어떤 기업이 기존 영업조직을 놀리면서까지 다른 사업자들에 영업을 맡기겠느냐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사업자가 더욱 늘어나게 될 경우 사태는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현상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의 미래는 상당히 암울하다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관련업계와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현재 예상되는 설비미보유 재판매시장 규모는 대략 1백50여억원 정도. 이를 73개 업체로 나눌 경우 업체당 2억원씩이라는 「말이 안되는」 계산이 나온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정보통신부 역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다. 정통부의 입장은 단호한 것처럼 보인다. 틈새시장의 성격을 갖고 있는 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 역시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다뤄져야 한다는 게 정통부 생각이다.
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자들이 이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내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하는 하나로통신이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이 곧바로 재판매사업자를 모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출 수 있느냐는 것도 미지수다.
<이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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