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막오른 디지털TV시대 (3)

 디지털TV는 단방향 오락 영상장치에 불과하던 기존 TV의 성격과는 완전히 판이하다. 디지털TV는 양방향 멀티미디어 기능을 지녔기 때문에 기존처럼 PC와 엄격한 구분이 없어졌다. 이같은 특성을 지닌 디지털TV 보급은 가전분야는 물론 정보통신산업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우선 TV와 연계된 기록 및 재생장치의 디지털화가 급진전된다. 초기단계에 있는 재생전용 디지털 다기능 광디스크 플레이어(DVD

P)의 보급이 확산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디지털 VCR도 필요해진다. 아날로그 VCR로는 디지털 방송을 녹화할 수도 없고 고선명(HD)급으로 실감나게 만들어진 재미있는 비디오 프로그램도 재생할 수 없다.

 디지털 VCR와 함께 디지털 캠코더(DVC)와 디지털스틸카메라(DSC)의 보급도 확산될 전망이다.

 따라서 아날로그방식의 VCR·카메라·캠코더 등 기존의 영상기기도 머지않아 존폐위기에 놓일 전망이다.

 오디오도 마찬가지다. LP음반은 아예 사라지고 콤팩트디스크(CD)도 이보다 더욱 작은 미니디스크나 오디오용 DVD로 대체될 전망이다.

 휴대형 카세트테이프리코더 대신 음악파일을 메모리에 저장해두거나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아 재생해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휴대형 오디오인 MP3 플레이어가 각광을 받을 것이다.

 오디오·비디오(AV)계열 가전기기들이 디지털 제품으로 재편된다는 뜻이다.

 디지털TV는 가전산업뿐 아니라 컴퓨터·통신산업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디지털 가전제품, 즉 정보가전제품은 가전기술과 컴퓨터기술·통신기술이 융합되기 때문에 TV나 PC,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복합 통신단말기 등 어떤 제품이 주력기종으로 부상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가전업계와 PC업계·통신업계는 정보가전시장을 놓고 일대 혼전을 펼칠 전망이다. 아니 가전업계니 PC업계니 통신업계니 하는 기존의 업종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이 정보가전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TV는 소위 정보가전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인 셈이다.

 정보가전시장은 업체들에게 반드시 정복해보고 싶은 신대륙같은 존재지만 어느 한 분야의 기술만으로는 결코 정복되지 않는 무한 경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해 전세계 업체들간에는 서로 취약한 분야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와 합종연횡작업이 벌써부터 다각도로 추진되고 있다.

 윈도CE로 정보가전시장 장악을 노리는 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 초에 MS의 윈도CE를 소니가 가전제품에 채용하는 대신 MS는 소니의 IEEE1394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MS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오라클사는 제니스와 손잡고 NC아키텍처에 바탕을 둔 인터넷 세트톱박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텔·컴팩·MS·루슨트테크놀로지 등 컴퓨터·통신업계는 PC에서 디지털TV를 구현하기 위해 손을 잡고 가전업계의 안방시장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공동대응에 나섰다.

 국내 업계의 움직임도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인텔,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과 정보가전 부문에서 포괄적으로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VCR 표준과 관련, DVC포맷 진영에 가담했고 LG전자는 DVD진영에 반기를 든 미국 서킷시티의 DIVX진영에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또 정보가전용 넷워크인 IEEE1394의 독자적인 제어프로토콜을 개발, 소니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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