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반도체 빅딜 추진에 대한 반대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단체인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빅딜 반대 입장을 처음으로 공식 표명, 정부의 강행 방침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양사 합병을 전제로 진행되고 있는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이른바 빅딜 협상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김치락 상근부회장은 3일 『반도체산업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무시한 채 정치적인 논리만으로 빅딜을 추진하는 것은 국내 반도체산업 발전에 절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도체협회의 실질적인 대표자이면서 반도체업계의 원로인 김 부회장의 이번 빅딜 반대 발언은 「빅딜 무용론」 확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빅딜 강행 의사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 터져 나온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와 함께 오는 5일로 예정된 정·재계 간담회 이전 타결을 목표로 진행중인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반도체 부문 통합을 위한 외부 컨설팅기관 선정 협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최근 추진되고 있는 반도체 빅딜은 과학적인 검증 과정이 생략된 채 정부의 정치적인 하향식 정책 결정과 경제 위기의 최대 책임자인 재벌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빅딜은 그 동안 국내 반도체산업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지니어들과 학계 전문가, 주변산업을 발전시킨 중소기업의 검증을 받아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반도체산업의 경우 구조조정(빅딜)의 구체적인 주체와 타당성이 충분하게 설명돼야 한다』면서 『만약 빅딜이 실패했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소재가 분명하게 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특히 『반도체산업은 불황기의 투자가 호황기의 수익으로 직접 연결되는 분야』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재 과잉투자로 보이는 것이 향후에는 적정한 투자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은 향후 시장의 변화와 해외 경쟁업체들의 투자동향, 현재의 기술수준 등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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