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에 위치한 동양 최대 규모의 해태전자 오디오 공장에선 오늘도 10개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지난 1일로 부도 1년째를 맞았지만 해태전자의 천안공장 분위기는 그런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라인을 주·야 교대로 24시간 풀가동해도 데논·야마하·켄우드·소니 등 세계 주요 오디오 업체들의 주문량을 제때 소화해 내기 벅차기 때문이다.
현재 이곳에는 모두 13개 라인이 설치돼 있어 생산량을 30%이상 늘릴 수 있지만 자재 구입에 필요한 운영자금 및 인원이 부족한 탓에 어쩔 수 없이 10개 라인만을 가동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1년 동안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며 회사를 지켜온 해태전자 임직원들은 지난 6월에 퇴출기업으로만 선정되지 않았어도 지금쯤 대출금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정상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13개 라인을 풀가동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나마 해외 주요 바이어들이 해태전자의 기술을 믿고 계속 거래하고 싶다는 뜻을 속속 전해오고 있는데다 부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에서 여전히 수위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 큰 위로를 얻고 있다.
해태전자는 지난 1년 동안 회사 정상화를 위해 인원을 절반 이상 감축하고 수익성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직원들의 상여금 반납과 비용절감 운동 등 그야말로 뼈를 깎는 자구 회생노력을 기울여 왔다.
해태전자는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오디오 산업의 대표주자답게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세계 1백대 신제품으로 선정된 디지털 시어터 시스템(DTS)방식의 AV리시버앰프를 비롯해 스타일리시 오디오와 콤팩트 하이파이오디오 등 신개념 오디오를 속속 상품화, 국내 오디오 마니아들로부터 「역시 인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금사측과 은행권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계속 지연돼 온 해태전자 처리문제는 늦어도 12월까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제2 금융권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최근 모임을 갖고 대출금의 출자전환을 결정한 데 이어 실무추진위원회를 구성,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본격적인 자산 실사작업에 돌입한 데다 정부차원에서도 수출전문기업인 해태전자의 회생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리」를 지켜내겠다는 일념으로 전체 임직원들이 힘을 합쳐 1년을 버텨온 해태전자가 한국을 대표하는 오디오 전문기업으로 다시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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