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00년부터 방송광고영업을 경쟁체제로 전환하기로 방침을 세움에 따라 방송계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업자 구도와 영업방식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고 있다. 이는 현재의 방송광고영업 독점제도가 폐지되면 방송사들이 현재보다 자유롭게 미디어렙(Media Rep)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방송광고시장에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단 기획예산위원회가 내놓은 방송광고 경쟁체제 도입(안)은 오는 2000년까지 현재 방송광고영업 독점권을 갖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를 공익법인 형태의 방송광고진흥이나 공영 미디어렙으로 전환해 새로 출범하는 민영 미디어렙들과 경쟁토록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방송의 제작·편성과 광고영업의 분리를 제도화하고 방송사들이 미디어렙을 선택해 방송광고영업을 위탁, 운영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방송사들이 제기하고 있는 방송광고영업권 회수 요구에 대해선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미디어렙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방송사나 대기업들이 지배주주로 참여, 미디어렙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금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측은 아직 방송광고 경쟁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나 경쟁체제에 앞서 방송광고공사의 광고업무 과학화가 선결돼야 한다는 판단 아래 시청률 조사작업과 광고효과 분석시스템 구축 등 기반 구축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방송광고영업의 경쟁여건이 조성되면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까지 방송광고공사법을 개정, 경쟁체제 도입을 명문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방송사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온 직접 광고영업은 금지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해 놓은 상태다.
방송계는 방송광고영업이 경쟁체제로 전환되면 현재의 방송광고공사가 공영·민영 미디어렙으로 이분화되거나 방송광고공사가 KBS2, EBS 등 공영방송의 광고영업을 대행하고 민영 미디어렙들이 타방송사에 대한 광고영업을 대행하는 시나리오들을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영 미디어렙이 등장하더라도 현재의 방송광고공사가 타 미디어렙에 대해 어느 정도 영향력은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경쟁체제에 관한 구체적인 안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국민회의의 통합방송법(안)에 방송위원회가 방송발전자금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되, 징수업무에 대해선 방송광고공사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방송발전자금의 징수업무를 통해 민영 미디어렙에 대한 간접적인 통제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방송계에서는 현재의 방송광고공사가 새로운 경쟁체제 하에서도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광고영업 독점체제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선 각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이 최선의 안이지만 이 같은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최소한 개별 방송사가 미디어렙을 자율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방송광고공사가 모든 공영방송의 광고영업을 대행할 경우 경쟁체제의 도입 취지가 크게 퇴색하고 광고공사의 영업독점권이 종전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렙의 선택권을 방송사에 부여해 최소한의 영업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의 소리가 방송사를 중심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렙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도 주요 프로그램 광고는 방송사들이 직접 판매하고 스폿광고에 대해서만 미디어렙을 통해 판매하고 있으며, 영국의 BBC월드와이드 역시 대표적인 공영방송사임에도 불구하고 민영 미디어렙에 광고판매를 위탁하는 등 미디어렙 선택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공영과 민영 미디어렙 가운데서 개별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느냐가 경쟁체제 전환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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