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는 어떤 것일까.
근대 우정제도가 도입된 것은 19세기말. 대조선 국왕 칙령으로 우정총국이 세워졌던 1884년 봄부터였다. 우표가 첫 선을 보인 것은 그 해 겨울. 가로 2.3㎝, 세로 2.6㎝ 크기에 태극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우표값은 종류별로 5문∼1백문. 당시의 화폐단위가 「문」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문위 우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전배원들이 짐마차 가득 우편물을 실어 날랐던 그 때 그 시절의 낡은 우표들을 디지털화하려는 업체가 있어 화제다. CD롬 타이틀 「한국우표총람(가제)」을 개발중인 곳은 멀티미디어 개발업체 드림테크. 이 회사는 188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백여년간의 우표 총 2천여종을 CD롬에 담고 있다.
『옛날 우표들은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정보통신부 디자인실에서도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우표 원도만 보관하고 있더군요. 대조선국부터 대한제국, 미군정 시절 우표는 어렵게 찾아낸다고 해도 보관상태가 불량한 게 많았죠. 스캐너로 읽어 이미지를 보정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신광윤 드림테크 사장은 낡은 우표들을 디지털화하는 데 따른 고충을 털어놓는다.
엔터테인먼트나 교육용 CD롬이 아니라면 성공가능성이 희박한 현실을 고려할 때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담아내야 하는 전자우표책은 상업적인 측면에서 무모한 시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상이 그대로 투영된 문화유산 중 하나인 우표를 디지털 데이터로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림테크 직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사실 이 회사에는 돈을 벌어주는 효자상품이 따로 있다. 바둑과 만화 시리즈물. 드림테크가 법인으로 출범한 것은 지난해지만 이미 93년부터 CD롬 타이틀 개발에 뛰어들었다.
북한에서 귀순한 박철진씨가 개발을 맡아 화제가 됐던 대국용 프로그램 「메듀사」를 비롯, 「묘수풀이」 「사활특선」 등이 이 회사의 스테디셀러들. 이현세·이재학·고행석·박봉성 등 96년부터 출시한 전자만화책 드림코믹스 시리즈 20여권도 꾸준히 팔려 나가고 있다.
최근엔 틈새시장을 노린 응용 소프트웨어도 내놓고 있다. 올해 인터넷에 셰어웨어로 공개한 윈스탑(Win′s Top)은 검색과 이미지 작업을 병행할 수 있는 전자편집 및 출력 소프트웨어.
현재 특허출원중인 전천후 광충전시스템은 태양에너지 솔라셀을 전기에너지로 저장해 빛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든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제품으로 내년엔 양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몸집이 작은 업체치고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 직원들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우표총람」처럼 우리 문화유산을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작업이다. 뜻밖에 히트한 전자만화책도 알고 보면 우리 시대의 대중문화를 담아낼 수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가 바로 만화라는 생각에서 기획된 시리즈물.
『신기술과 문화유산을 접목하는 것이 드림테크의 꿈이죠. IMF시대를 버텨내려면 돈을 버는 아이템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현재 동남아 수출길을 모색중인 전천후 광충전시스템의 판매가 성공할 경우 문화유산의 또다른 DB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신 사장은 문화유산 없이 기술만 강조한다면 진정 후대에 무엇을 물려줄 수 있겠냐고 힘주어 말한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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