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몰래 1천만원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김형수씨(33)는 결코 증권회사에 전화를 거는 법이 없다. 남들처럼 증권사 객장에 나가지도 않는다. 사내 어디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가만히 앉아서 시시각각 바뀌는 주식시세를 알 수 있고 바로 주문도 낼 수 있다. 일단 매매가 체결되면 바로 여부를 알려주므로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잔고조회를 할 수도 있고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분석정보와 뉴스, 전망 자료도 쉽게 검색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김씨가 원하는 상품과 투자금액을 입력하면 김씨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사이버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근 김씨처럼 직접 증권회사에 찾아가지 않고 웹트레이딩 서비스를 이용해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웹트레이딩 서비스란 인터넷으로 다양한 증권관련 업무를 모두 처리하는 것.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수천개의 웹트레이딩 회사가 설립돼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회사가 미국의 E트레이드(http://www.etrade.com)사. 지난 96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 회사는 대형 증권사의 10%에 불과한 값싼 수수료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온라인 증권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말 이 회사의 자산은 77억 달러, 수익은 1억4천7백7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 96년에 비해 자산면에서 87.8%, 수익면에서 1백76.6% 증가한 것이다.
이외에도 찰스스왑(http://www.schwab.com), 피델리티(http://www.fidelity.com), 워터하우스(http://www.waterhouse.com) 등의 인터넷 증권사들이 성업중이다.
미국 투자서비스 업체인 피퍼 제프레이(Piper Jaffray)사의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의 소매 증권거래 중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22%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7%에서 5% 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 2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도 오는 12월 개인투자자까지 직접 매매에 참가할 수 있는 전자거래 시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증권업체들도 최근 인터넷을 이용한 웹트레이딩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조흥증권이 웹트레이딩 서비스를 개시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동원증권·대신증권·한국증권전산·삼성증권 등 10여개 업체가 웹트레이딩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현대증권·LG증권 등도 올해 안에 웹트레이딩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들어 온라인을 이용해 증권거래를 하는 이용자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 홈트레이딩 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홍보차원에서 운영하는 정도였습니다. 대신증권만 해도 올 초 약정금액은 4백42억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이버 증권거래가 급증, 이달 거래액만도 선물 9천99억원, 주식 8백80억원, 옵션 1백12억원이나 됩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웹트레이딩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지요.』
대신증권 사이버영업팀 김영철 팀장의 말이다. 관계자들은 지난해 1%대에 머물던 홈트레이딩 약정비율이 올해에는 6%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몇몇 증권사들은 10%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증권전산이 신한·한진투자 등 중소증권업체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사이버증권거래 시스템」도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10배 이상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 웹트레이딩 시장이 활기를 띠자 미국 E트레이드사와 소프트뱅크가 국내에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해외업체들도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들어 홈트레이딩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최근 각 업체들이 서비스 영역을 대폭 넓힌 데다 인터넷과 PC통신의 보급으로 쉽게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주식투자층과 인터넷 이용자층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도 빠르게 이용이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다.
삼성증권 사이버마케팅팀 한만식 과장은 『동아증권의 뒤를 이어 다른 업체들도 웹트레이딩 이용자에 대한 수수료 인하경쟁에 뛰어들면 조만간 국내 웹트레이딩 비율은 20%대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앞으로 웹트레이딩 서비스는 고객의 투자액, 관심분야, 취미 등 다양한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웹트레이딩 서비스가 보다 발전하려면 인터넷을 통해 쉽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전자서명법이 시행되고 은행과 증권사 간의 전산망이 통합돼 인터넷으로 자유롭게 자금을 이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지틀인포메이션뱅크의 한승준 사장은 『국내 증권사들은 아직 인터넷을 마케팅 수단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 용자의 편의를 위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수수료 마진 챙기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의 정보와 다양한 투자상품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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