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 자바칩 "갈림길"

 「사업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사업확대의 기회로 삼을 것인가.」

 LG반도체(대표 구본준)가 비메모리 핵심사업으로 육성중인 자바 프로세서 사업이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사의 전략 수정으로 기로에 처했다.

 선사는 최근 LG나 IBM 등 자바칩 기술도입업체들이 생산한 자바프로세서를 전량 구매, 선사의 이름으로 판매하는 기존 사업전략에서 탈피해 앞으로는 코어개발에 전념하고 라이선스업체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제품을 판매하고 그 대신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예전 계약대로라면 LG반도체는 생산한 제품을 선이 대부분 구입하기 때문에 판매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었으나 이제는 판매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물론 대량판매에 성공할 경우 수익도 예전보다 많아지게 된다.

 자바프로세서는 자바언어로 된 소스프로그램을 별도로 기계어로 번역하는 변환과정(컴파일) 없이 직접 자바 소스코드를 해석할 수 있는 전용 프로세서다. 따라서 일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통해 자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에 비해 처리속도가 20배 이상 빠르고 성능 대비 가격이 낮은 장점을 지니고 있어 발표 당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LG반도체는 지난 96년 10월 선사와 가장 먼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97년 6월에는 자바 프로세서의 공동개발 및 판매에 대한 공식계약을 맺을 정도로 자바프로세서 사업에 온 힘을 기울여왔다.

 선사의 이같은 새 사업방침은 램버스나 영국의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업체인 ARM사가 해온 사업형태로 서로의 역할에 충실할 경우 기술 소유업체와 제조업체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들어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선이 이러한 점 때문에 사업전략을 수정한 것이라기보다 판매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사가 본래 자바프로세서를 출시키로 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나 현재까지도 상용 제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자바프로세서의 출시 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무엇보다도 ARM이나 MIPS 등 경쟁제품에 비해 처리속도나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선사가 파운드리업체를 통해 자체 제작한 최근 제품도 클록스피드에서 경쟁제품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자바프로세서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매부분에 대해 회의론이 제기됐고 IP사업형태로 위험 요소를 분산시키자는 새로운 사업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G반도체는 선사의 사업전략 수정이 라이선스업체들의 줄기찬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며 이를 통해 LG반도체의 입지는 더욱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LG반도체의 한 관계자는 『선사가 CPU마케팅 분야에는 익숙할 지 몰라도 가전제품용 마이크로프로세서 마케팅에는 LG나 NEC·후지쯔 등 협력업체들이 전문가』라며 『이러한 마케팅측면 뿐만 아니라 선측에 비해 앞서있는 LG나 IBM의 공정기술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반영돼 사업전략이 수정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에 LG가 자바프로세서 사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반도체가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지, 세간의 분석처럼 사업포기의 수순을 밟을 지는 다음달에 개최될 컴덱스쇼에서 발표될 자바프로세서의 수준에 달려 있다.

<유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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