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소프트.E2소프트, 게임유통 "용산 탈출" 선언

 총판을 중심으로 한 게임유통 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최근 롤플레잉게임 「퇴마전설」을 개발한 트리거소프트와 신규 유통업체로 서점유통을 개척하고 있는 E2소프트가 손잡고 서울의 용산지역을 제외하고 게임을 공급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여타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도·소매를 포함한 국내 게임유통에서 용산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점을 감안할 때 양사의 「탈용산」 정책은 파격이 아닐 수 없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양사가 용산에 게임을 공급하지 않기로 한 것은 용산에 제품을 내놓을 경우 가격정책을 고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용산의 총판이나 대형 도매상에 제품을 넘기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최소한 4∼5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값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각 유통단계에서의 과당경쟁으로 순식간에 가격체계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신작 게임이 출시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최초에 책정한 소비자가격의 60∼70%선으로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만일 불법복제품이 나돌거나 지방에 공급된 재고물량이 다시 용산으로 되돌아올 경우 소비자가격은 출시 당시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트리거소프트와 E2소프트는 바로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퇴마전설」을 아예 용산에 내놓지 않기로 하고 반품 및 재고처리 부담을 무릅쓰고 전국의 서점에 동일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양사는 개발사-유통사-서점으로 이어지는 압축된 판로를 구축함으로써 「퇴마전설」의 소비자가격을 올들어 출시된 신작 게임의 평균가격보다 5천원 정도 저렴한 카피당 2만9천원으로 책정했다.

 또한 유통단계를 줄임으로써 개발사와 유통사에 돌아오는 마진으로 제품 패키징과 판촉물의 질을 높였다. 트리거소프트의 마케팅 담당자는 『게임유통 시장에서 용산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가격질서가 극도로 문란해진데다 불법복제가 난무해 용산을 배제한 새로운 판로를 채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형오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