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주된 이용자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엄격하게 적용돼 온 PC게임 심의기준이 크게 완화되는 게 아닌가.」
지난달 일본의 성인게임 「동급생2」가 예상을 뒤엎고 공진협 심의를 통과, 정식 발매되고 최근 정부의 일본문화 개방 방침이 발표되면서 수입게임업체를 중심으로 이같은 기대가 증폭되고 있다.
동급생은 성인물이 범람하는 일본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정도로 파격적인 성인게임으로 게임박스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심의신청을 했다가 두차례나 반려당하고 결국 내용을 대폭 수정한 끝에 재심의에서 「연소자 관람불가」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이 게임은 유명세에 비해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5천∼6천 카피에 불과할 정도로 판매가 부진하다. 한마디로 「너무 잘렸다」는 것이다. 1, 2년 전부터 마니아급 게이머들간에 PC통신·불법복제 등을 통해 원본이 암암리에 돌아다니면서 부추긴 기대감에 비해 너무나 볼 것(?)이 없다는 게 게이머들의 평가다. 이미 불법만화·PC통신·인터넷 등을 통해 종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음란·폭력물을 접하고 있는 게이머들에게 「동급생2」에서 허용된 수준은 성인용으로 상품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게임이 심의를 통과했다는 것만으로도 PC게임에 대한 심의기준이 크게 완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지만, 내용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다음달 일본 NEC의 「센티멘털 그래피티」와 코나미의 「두근두근 메모리얼」이라는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을 출시할 예정인 SKC는 최근 이 게임에 나오는 기모노 차림의 여성과 신사참배 장면을 자진해서 삭제하기로 했다. 심의신청을 위해 공진협에 의견을 타진한 결과 『기모노와 신사참배가 그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언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례들은 『가급적이면 심의를 통과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공진협의 입장표명과 달리 PC게임에 대한 심의기준이 실질적으로 완화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PC게임업계는 「연소자 관람불가」등급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비디오나 영화에 비해 성인용 게임에 적용하는 기준이 여전히 까다롭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또 전자오락실에서 허용하는 게임과 PC게임에 적용하는 기준의 형평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공진협의 한 게임 심의위원은 『국내 PC게임 소비자가 대부분 청소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노골적인 선정성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제작업자들이 적지않고 또 심의를 통과한 게임의 유통경로를 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PC게임에 대한 심의기준이 영화나 비디오와 같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서울 용산전자상가 등 주요 게임 유통시장에는 외국의 성인잡지나 인터넷 음란물 사이트를 방불케 하는 성인용 CD롬 타이틀이나 비디오CD가 공진협의 심의를 받아 공공연하게 팔리고 있어 「청소년 보호」를 강조하는 PC게임의 심의기준과 현실간에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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