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변기기 수출만이 살길이다

이규서 성일정밀산업 대표

 최근 들어 내로라하는 멀티미디어 주변기기 업체들의 잇따른 부도사태를 보면 무척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들 업체는 벤처산업을 주도하던 대표적인 기업으로 매스컴에도 다투어 보도되며 각광받았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상황이 너무도 급변했다. 이들 업체의 부도원인은 경영부실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갑자기 불어닥친 IMF 여파로 주요 거래 업체들이 부도로 넘어가자 옥죄어 오는 자금압박 속에 힘든 경영을 이어오다 결국은 부도를 냈을 것으로 짐작된다.

 컴퓨터 및 관련산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부도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으며 부도사태 때마다 대기업보다는 완제품을 공급하는 중소 유통업체들이 부도의 중심에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부도사태는 주변기기 업체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달되고 해당 업체들은 별수 없이 그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컴퓨터산업이 발전하려면 완제품도 중요하지만 부품인 주변기기가 발전해야 하고 경쟁력이 있어야만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중소 주변기기 업체에서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은 대만과 경쟁을 해야만 하는 품목이 대부분이다. 가격에서 열세에 있는 우리로서는 수출은 엄두도 못내고 국내 시장마저 나누어 먹어야 하는 형편이다. 국내 유통시장인 용산 등 컴퓨터 집단시장을 보면 대만산 주변기기가 무분별하게 난무하고 있다.

 대만산 제품을 수입·판매하고 있는 업체도 상당히 많은데, 컴퓨터 관련업종에서 종사하다 퇴사해 자기 사업을 한다고 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대만제품의 수입·판매업에 뛰어드는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유통사업부 및 일부 완제품 업체도 수입·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어서 국내 주변기기 전문업체들의 기반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완제품 업체의 수출경쟁력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므로 우리 주변기기를 살리고 관련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다방면에서 협조가 있어야 한다.

 우선 주변기기 업체는 수출만이 살 길이란 강력한 목표를 세우고 관련돼 있는 모든 업체가 모여서 수출시장을 개척하며 수출물량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

 회의를 통해 전략을 마련하고 초기에는 이윤이 없더라도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보한 뒤 나중에 이윤을 추구하는 선물량 후마진 정책으로 수출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현재의 환율은 수출에 유리하다. 따라서 조금씩만 노력하면 많은 물량을 확보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내부결속 외에도 전세계 컴퓨터 전시회에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제품을 출품해야 한다.

 컴퓨터 전시회에 가보면 주변기기는 대부분 대만 업체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주변기기 업체들의 경우 해외 전시회 출품을 위해서는 정부의 좀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공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주문이다. 주문을 받지 못하는 공장에 아무리 많은 자금을 지원한들 아무 필요없는 것이다.

 주문을 끌어내는 것은 업체들의 몫이다. 컴퓨터 주변기기 업체들은 이번 IMF 위기를 주변기기 산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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