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불구 대형가전 수요 증가

 IMF 이후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여력이 여의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TV·냉장고·세탁기 등의 대형화는 한층 심화되고 있다.

 27일 가전3사와 가전 유통업계에 따르면 IMF 여파로 올들어 가전수요가 품목별로 전반적으로 30∼40% 줄어들었으나 29인치 이상 컬러TV와 5백ℓ급 이상 냉장고, 10㎏급 이상 세탁기가 차지하는 판매비중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5∼10%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IMF 이후 기획모델 등 보급형 제품 출시가 확대되면서 가격인하 경쟁까지 벌어져 대형제품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29인치 TV의 경우 각사의 보급형 제품이 50만원대에 불과해 지난해 21인치 주력제품보다 싼 형편이고 1백만원이 넘던 5백10ℓ급 냉장고도 60만원대로 떨어져 지난해 4백ℓ급 가격이면 이들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실정이다. 또 10㎏급 세탁기도 보급형 가격이 40만원대로 지난해 주력 판매모델 가격의 60%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TV의 경우 올들어 25인치 제품 판매비중은 급격히 줄어드는 대신 29인치 이상 제품은 늘어나고 있다. 가전사들의 29인치 판매비중은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32∼33%선에 머물렀으나 올들어 9월말 현재 35∼36%로 3%포인트 정도 증가했다. 각사별 29인치 판매비중은 LG와 삼성전자가 각각 36%, 양판점을 운영하는 한국신용유통의 경우 5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고의 경우 지난해 가전3사의 5백ℓ급 이상 제품의 판매비중이 41∼42%였으나 올상반기에는 45% 선으로 높아졌다. 이같은 추세는 하반기 들어 더욱 확대돼 7∼9월에 가전업체 판매량의 49∼51%를 5백ℓ급 이상 대형제품이 차지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의 초대형 냉장고 출시로 5백ℓ급 이상 제품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LG전자는 3·4분기 판매량의 60% 정도가 대형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한국신용유통은 올들어 9월말까지 5백ℓ급 이상 제품 판매비중이 각각 51% 선을 나타내고 있다.

 세탁기는 10㎏급 이상 제품 판매비중이 각사 모두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이들 세탁기의 판매비중은 60% 선이었으나 올들어 70%가 넘어섰는데 삼성전자는 85%, LG전자가 83%, 한국신용유통은 판매량의 77%가 10㎏ 이상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양판점 등 대형 유통점의 대형제품 판매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전자랜드는 지난 9월 한달 동안 컬러TV 판매량의 56%가 29인치 이상 제품이었으며 5백ℓ급 이상 냉장고는 69%, 10㎏급 이상 세탁기는 71%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TV와 냉장고가 10%포인트 이상, 세탁기는 15%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테크노마트에서 최근 자체 조사한 주요 가전제품 판매 인기 순위에서도 대형 제품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 앞으로도 TV·냉장고·세탁기 수요의 대형화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TV와 세탁기는 상위 5개 제품 가운데 각각 4개씩이 29인치 이상과 10㎏급 이상 제품이었으며 냉장고는 3개 제품이 5백ℓ급 이상 제품이었다.

<박주용·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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