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 외국 컨설팅업체 실사, "1급 비밀" 유출 위험 높다

 반도체 빅딜에 대한 회의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합병사의 경영주체 선정작업을 담당할 외국 컨설팅업체 선정협상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로서는 상대방이 추천한 컨설팅 기관을 절대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국 컨설팅업체에 국내 반도체업체의 실사를 맡기겠다는 발상부터가 현실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외부기관을 통한 경영주체 선정작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대두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빅딜을 추진하는 정부와 재계의 기본적인 명분은 국내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향상이다.

 그러나 빅딜의 핵심 작업인 양사의 실사를 외국 컨설팅업체에 맡기는 것은 오히려 최악의 화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산업은 기본적으로 기술개발 작업부터 최종 생산과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의 대부분 정보가 일급 비밀일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양산성을 중요시하는 D램 분야는 업체에 따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나름대로의 비방(秘方)을 가지고 있으며 이 비방에 대한 정보는 극소수의 핵심 인력만이 인지하고 있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현재 양사가 거론하고 있는 이른바 실사작업이라는 것은 양사가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경영자원과 기술자원, 인력자원을 완전히 공개한 가운데 우수한 업체를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업체가 「목숨」처럼 여기는 기술개발 정보나 공정기술·생산수율·생산량·판매가격 등의 기밀이 새어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러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외국 업체로부터 심각한 특허분쟁이나 통상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업체의 모든 정보를 드러내 놓고 실사를 받는 것은 무장을 해제한 채 전쟁을 벌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외국기관 실사의 무모함을 강조한다.

 특히 미국 경영컨설팅업체의 반도체 전문 컨설턴트라고 하면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워할 정도의 전문가들이다.

 게다가 양사가 실사를 맡기겠다고 하는 AT커니와 베인 앤 컴퍼니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미국 회사들이다.

 고객정보에 대한 보안이 생명인 컨설팅회사이기는 하지만 기업기밀이 외국 경쟁업체에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더구나 미국 D램산업을 대표하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는 한국 반도체업체에 대한 견제를 위해 의회까지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의회는 한국을 구체적으로 지목, IMF 구제금융이 반도체산업에 사용될 경우 추가지원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법안화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빅딜을 위해 외국 컨설팅기관에 양사의 실사를 맡기는 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식」의 심각한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귀기울일 상황이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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