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지난주 정부의 일본문화 개방일정 발표에서 「게임 영상물」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게임 등 새 영상물이 영화나 비디오 등에 비해 아직까지 대중성이 덜해 개방에 따른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게임 영상물에 대한 빗장이 풀릴 만큼 풀려 단계적인 개방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지난 80년대 초 국내 시장에 「겔러그」 「제비우스」와 같은 전자오락실용 게임(일명 아케이드 게임)이 상륙한 이래 국내 업소용 게임시장은 세가·타이토·남코·캡콤·시그마 등 일산 제품이 국내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정용 게임기 시장도 저가의 8비트 제품을 제외하고는 역시 80년대 후반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닌텐도·세가·소니 등의 비디오게임기 및 전용 소프트웨어가 장악하고 있다.
다만 90년대 들어 형성된 PC게임시장과 최근 새로운 게임시장으로 대두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시장만이 일본의 그늘에 들어가지 않고 있으나, 문제는 연간 5천억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업소용 게임과 비디오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공식적인 문화개방을 계기로 한·일 협력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일본의 게임산업계는 개발력이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 게임업계에 접근을 시도하고 있고, 일본의 자본과 마케팅력을 활용하려는 국내업계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PC게임을 가정용 게임기로 컨버전하거나 게임기용 게임개발을 위탁하는 구체적인 협력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국내 게임개발사 소프트맥스는 소니의 한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로부터 개발비와 장비를 사전 지원받아 자신이 개발한 PC게임을 소니의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 「드림캐스트」를 다음달부터 상품화하는 세가는 국내의 합작사인 현대세가 등을 통해 한국의 개발력을 활용한 전용 게임SW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업체들의 이같은 시도는 한국 개발진의 기술력 대비 인건비가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산업에 있어서 한·일간 국제적 수직 분업화를 시사하고 있다. 비용절감을 희망하는 일본업체들의 아웃소싱 전략에 편입돼 한국의 개발인력들이 개발작업의 일부를 맡게 되는 형태가 당분간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이 냉엄한 현실이라고 한다면 국내업계는 그래픽이나 프로그래밍 분야에 비해 크게 열세인 기획·시나리오 등의 분야를 보강하고 우수한 게임 프로듀서를 시급히 양성해야 한다. 일본을 따라잡는 개념을 떠나 저렴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게임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독보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일본문화 개방시대를 맞아 국내 게임업체들이 애니메이션에서처럼 일본의 하청업자로 전락하지 않고 일본의 자본과 마케팅 기반을 역이용해 일본을 포함한 세계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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