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난방기기> "IMF 한파"를 녹인다

 올 겨울은 라니냐의 영향으로 혹한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상관측과 엘니뇨의 영향이 남아 예년과는 다르게 이상고온의 날씨가 자주 나타날 수도 있다는 엇갈리는 예측을 접하고 있는 난방기기 제조업체들은 생산량 조절의 기준을 날씨보다는 철저한 수익성 확보에 두고 있다.

IMF라는 특수상황으로 예년처럼 갑작스런 추위에 대비해 대거 물량을 확보해뒀다가 남을 경우 가격을 낮춰 풀어버리는 방식의 마케팅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올해는 주력품목별로 모델 수를 소수정예화하고 재고가 남지 않을 만큼만 생산해 전량 판매하는 재고 최소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그만큼 자금부담을 줄이고 안전성 위주의 영업전략을 전개하겠다는 뜻이다.

<보일러>

 보일러업계는 유지비가 높은 기름보일러의 대폭적인 수요감소와 건설경기 침체여파로 인해 올해 전체 보일러 시장규모를 지난해 1백70여만대에서 20% 정도 줄어든 1백30여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가스보일러의 경우 정부의 도시가스 공급정책과 맞물려 해마다 성장세를 거듭해온 데 힘입어 지난해보다 5만∼6만대 정도 줄어든 67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보일러업체들은 기름보일러보다는 가스보일러를 주력제품으로 삼고 영업력을 집중해 판매량을 늘리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더욱이 최근 구조조정 및 자금난으로 가스보일러 사업에서 철수한 일부 대기업과 군소업체들의 시장점유율 및 유통망을 자사로 가져가기 위한 시장 뺏기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예정이어서 올 하반기 가스보일러 시장을 둘러싼 업체들간 신경전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에다 최근 건설업체들이 보일러 납품업체 선정시 회사 신뢰도 및 안전도에 많은 신경을 쓰면서 기술력과 브랜드력,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린나이코리아·귀뚜라미보일러·경동보일러의 「빅3」 체제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보일러업계의 최대 이슈는 경제성.

 그동안 제품 안전성과 빠르고 풍부한 온수공급, 원격 전화제어시스템, ARS 기능 등이 주된 이슈였으나 최근에는 안전성은 기본이고 온수도 충분히 공급하면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경제적인 측면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업계도 이를 위해 순간식 가스보일러, 다목적 보일러, 콘덴싱 가스보일러 등 각각의 기술력 특장점을 살린 신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보상판매·사은행사 등 각종 판촉 이벤트를 통해 판매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린나이코리아는 전자식 가스비례 제어방식의 「가스보일러 5시리즈」를 경제성이 높은 주력제품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귀뚜라미보일러는 석유와 가스, 전기, 나머지 연료까지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보일러」로 농어촌지역의 신규수요 개척에 나섰다. 경동보일러는 업계 최초로 「콘덴싱 가스보일러」를 개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경제성 이외에 서비스력에 대한 경쟁도 보일러업체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24시간 긴급출동체제는 기본이고 사전점검서비스를 실시하는 업체도 늘고 있는데 이미 일부 업체들은 지난 여름부터 가정마다 일일이 찾아가 안전점검에서부터 청소작업, 부품교체 등 BS(Before Service)활동을 벌였다. 이는 성수기에 몰리는 서비스 요청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고객 신뢰도 확보로 잠재수요를 발굴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보조난방기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0월 중순이 되어서야 실판매가 이뤄지는 보조난방기기는 대단위 아파트 등 중앙집중난방을 기반으로 하는 가옥구조의 확대로 해마다 그 수요가 점차 줄어가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전체 시장규모는 지난해의 60∼7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국지적인 난방에 필요한 전기히터 및 전기요·장판의 수요가 지속될 뿐만 아니라 환절기 감기를 예방하는 복합식 가습기와 연료비 부담이 적은 가스온풍기·가스캐비닛히터가 인기상품으로 부상, 성장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전3사는 난방용품사업을 외부로 이관하거나 품목을 줄이는 등 대대적인 손질에 들어갔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냉난방기, 히터펌프 부착 에어컨 등 공조기기와 가습기·로터리히터 등 비교적 수익성이 있는 품목은 자사 브랜드를 유지해 사업을 지속하는 반면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팬히터는 단종하고 전기히터나 기타 제품 등은 납품업체 브랜드로 공급받아 구색을 갖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우전자는 이미 난방용품사업 자체를 한국신용유통으로 이관하고 자사 브랜드 제품이 부족하면 전문업체 제품을 매입해 판매할 예정이다.

 그러나 올해까지는 과도기적인 단계여서 지난해에 이월된 물량과 올해 추가 생산한 물량으로 다양한 품목이 운영되고 있다.

 LG전자는 온풍기, 냉난방기, 히터 부착형 에어컨 등 대형 업소용 제품과 일반가정이나 소규모 사무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터리히터·전기히터·가습기 등 비교적 고른 제품구색을 갖추고 있다. 특히 올해 LG전자는 석유난방기를 보완할 수 있는 가스식 온풍난방기와 냉난

방기 신제품을 각각 1종씩 내놓아 새로운 수요개척에 나섰으며, 지난해 처음 내놓았던 복합식 가습기를 올해는 4종 5모델로 확대하고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판매량이 적은 석유온풍기는 단종하고 일체형 냉난방기와 클린히터를 별도로 부착할 수 있는 에어컨 등을 포함, 10여종의 냉난방 겸용기기를 내놓고 있으며 강제대류형 로터리히터를 포함해 12모델의 로터리히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내부가 보이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채택한 복합식 가습기를 올해 처음 내놓았으며 노비타 브랜드의 할로겐히터로 구색을 갖췄다.

 한일전기는 국내 최대 보조난방용품 전문업체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계획으로 심지식 석유스토브에서부터 로터리히터·가스캐비닛히터·전기히터 등 다양한 구색상품을 내놓았고 복합식 가습기도 자체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SK가스는 자사 가스유통망을 통해 가스캐비닛히터를 공급하고 있으며, 마이룸전자는 전기요·장판을 주력제품으로 전기히터·가습기 등도 일부 선보이고 있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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