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빗장 풀린 일본 대중문화, 영상산업 시스템을 바꾸자 (4)

음반

 음반부문은 일본 문화상품 중에서 산업적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음성적인 일본음반 불법복제 및 유통시장이 오래 전에 뿌리를 내린 데다, 10대를 위시한 젊은이들의 일본음악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실제 일본의 전설적인 록그룹 「X재팬」은 국내에 10대 팬클럽까지 운영되고 있고, 불법음반 판매량이 50만장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음악 표절을 일삼았던 국내 음악인들도 일본 대중음악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데 일조했다.

 일본과 한국의 음반기획·제작·유통부문 경쟁력 차이는 양국 음반시장 편차만큼이나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97년 말 기준으로 일본시장은 62억6천만여달러(세계 2위), 한국은 3억3천4백만여달러(세계 18위)에 그쳤다. 한국 음반업계가 상대적으로 마케팅 능력이 취약하고, 안정적인 유통체계를 갖추지 못한 만큼 개방의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한국 음반업계는 우리의 감성에 잘 부합하는 음악제작력과 스타, 팬을 가지고 있다. 음악의 특성상 「친숙함」이라는 요소는 관련산업에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임에 틀림없다. 90년대 이후 한국에서 댄스음악이 크게 성공한 나머지 자연스럽게 일본의 댄스음악에 앞설 만한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일본의 과학적인 음반기획·제작·유통시스템은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일본 음반업계는 다양한 시장공략 전략(마케팅), 풍부한 장르, 안정적인 유통시스템을 무기삼아 한국시장을 꾸준히 노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의 대비책은 있는가. 업계 반응은 부정적이다. 특히 한국 음반업계의 중추신경이었던 도매업체들이 몰락한 현실로 인해 업계 관계자들의 깊은 우려와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책도 특별한 게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일본 음반업계가 자국 내에서 사업을 진행하듯 「스타시스템 구축 및 신인발굴→싱글음반 발매를 통한 시장 두드리기→대대적인 홍보마케팅(광고 및 라이브 공연)→정규 앨범 발매→신속한 음반유통→저작권 관리를 통한 2차적 수익창출」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철저한 시장검증을 통해 될 성부른 음반 및 아티스트에게 물량공세를 퍼붓는 등 체계적이고도 과학적인 시장공략법을 한국에서 구사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음악 개방시대를 맞아 정면 실력대결보다는 그들의 장점과 노하우를 배워 한국 음반업 발전의 전기로 삼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스타시스템의 구축, 싱글시장 활성화, 과학적인 마케팅 및 유통시스템 구축, 음악저작권 관리업 정착 등이 선결과제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TV나 라디오 방송국의 음악프로그램 담당자에 의해 음반의 성공 여부가 좌우되는 주먹구구식 관행」이나 「보따리 영업을 통한 유통」으로 음반업이 운영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속되기 어렵게 됐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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