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CR사업부장인 신만용 상무(46)의 사무실은 한국에 있지 않다. 삼성전자 VCR사업본부가 국내가 아닌 인도네시아에 있기 때문이다.
『2달에 한번 이상은 한국을 왕래해야 합니다. 설계·개발·기획·마케팅 등 사업본부의 주요 스태프진이 한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곳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책임감이 한국에서 근무할 때보다 훨씬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중생활에 심신이 지치고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가족들과 단란한 한때를 보낼 시간조차 없는 것이 더욱 힘들게 한다는 신 상무는 그러나 국내 가전업체로서는 처음 시도된 해외본부제가 정착돼 가고 있는 것에 만족해 한다.
『가전산업은 갈수록 해외본부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출전진기지가 점차 국내에서 해외공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지요.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생산·품질관리·물류·판매 등의 제반업무가 모두 생산거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데 반해 사업부장과 주요 지원조직을 국내에 두는 것은 마치 휘하부대를 최전선에 두고 야전사령관과 참모가 후방에 있는 것과 같이 비효율적입니다.』
신 상무는 따라서 해외본부장 1호로서 「어떻게 하면 가장 바람직한 해외본부제의 골격을 짤수 있는가」가 최대의 관심사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짧은 시간내에 나름대로 효율적인 해외본부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어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다고 속내를 털어 놓는다.
신 상무가 가장 걱정했던 점은 설계·개발·기획 등 본부의 주요 지원인력을 어떻게 편제시키느냐 하는 것. 아무리 제조가 사업의 핵심역량이라지만 설계·개발·기획 등 지원조직 없이는 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사업부장이 해외로 나간다고 해서 수백명이나 되는 지원인력을 모두 해외로 데리고 간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며 자칫 전열이 흐트러질 위험마저 있다.
따라서 신 상무는 고심 끝에 지원조직을 한국에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지원조직을 직접 거느리지 못한 해외사업본부가 제대로 일을 해나갈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컸습니다. 그러나 업무가 전산화돼 있기 때문에 굳이 지원조직이 한국에 있다고 해도 옆에 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지원조직의 역량이 높기 때문에 업무의 질이 사업부장과의 물리적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지도 않고요.』
이같은 시스템은 사업부장이 양쪽을 왕래해가며 제조와 지원조직을 밀접하게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부하가 많이 걸리는 게 사실이지만 해외에 개발과 설계 등 지원역량을 현지화하지 못한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이라는 게 신 상무의 생각이다.
신 상무는 『사업본부를 인도네시아로 옮긴 이후 국내공장의 고비용구조가 해소됐고 인도네시아공장의 생산성은 물론 원가절감도 30%를 이룩, 적자구조가 흑자구조로 반전됐다』고 밝혔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사회불안 때문에 생산활동에 지장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과거 국내에서도 대학생들이 데모를 많이 했지만 생산활동에까지 영향을 준 경우는 드물다』며 전혀 지장을 받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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