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방송 위성방송 업계 "촉각"

 부산지역 민영방송인 부산방송이 지난 9월부터 무궁화위성의 통신용 중계기를 활용해 방송 프로그램을 전송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방송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그동안 서울방송과 인천방송의 프로그램 위성전송에 대해 부산방송을 위시한 지역민방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왔기 때문이다. 부산방송 등 지역민방들은 서울방송과 인천방송의 위성을 통한 프로그램 송출이 『기존의 방송권역을 무시하는 것으로 지역민방을 고사시키는 행위』라며 위성전송을 즉시 중단하거나 수신제한 프로그램(스크램블)을 설치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해당 방송사는 물론 문화관광부 등 주무부처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위성송출을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산방송이 프로그램을 위성전송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방송계는 매우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일각에선 부산방송이 위성을 통해 방송을 송출함으로써 인천방송이나 서울방송처럼 전국방송으로 변신하려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인천방송과 서울방송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위성의 통신용 중계기를 이용한 방송 프로그램 송출은 방송시장의 역학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종합유선방송국이나 중계유선이 위성수신기를 통해 이들 방송을 수신, 가입자들에게 재전송함으로써 지역방송의 전국화나 네트워크사(SBS)의 프로그램 직접송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방송측은 프로그램의 위성전송을 『기존의 방송권역을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방송과 서울방송이 종합유선방송국이나 중계유선방송을 통해 전국방송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부산방송은 인천방송과 서울방송의 무차별 공세에 맞서고 기존의 방송권역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위성전송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부산방송의 위성전송은 인천방송·서울방송과는 다른 측면을 갖고 있다. 우선 부산은 지리적 특성상 난시청지역이 매우 광범위하다. 이 때문에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중계유선의 영향력이 막대하다. 게다가 기존의 지상파방송3사와 달리 부산방송은 UHF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신품질이 VHF보다 열악해 중계유선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같은 상황에서 SBS가 위성전송을 하면서 부산지역 중계유선의 40% 가량이 SBS 프로그램을 수신해 가입자들에게 전송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방송과 제휴해 SBS 프로그램을 80% 이상 내보내고 있는 부산방송 입장에선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중계유선측에선 프로그램이 80% 가량 동일한 서울방송과 부산방송 가운데 하나를 택해 재전송하는 게 효율적이다. 또 부산 이외 지역의 중계유선이나 SO들이 서울방송보다 부산방송을 수신해 재송신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부산방송측은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중계유선을 통해 부산방송보다 서울방송을 수신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산방송측은 프로그램의 위성전송이 기존 방송권역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한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월 사용료가 2천만원에 달하는 위성사용료 역시 현재로선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천방송과 서울방송이 위성전송을 중단하면 자신들도 즉시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부산방송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방송계는 인천방송처럼 박찬호 중계와 같은 빅이벤트를 엮는다면 부산방송이 위성전송을 통해 전국방송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장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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