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한결 같다. 가장 빨리 회사를 발전시켜 장외시장 또는 주식시장에 상장함으로써 높은 투자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경영자는 매우 드물다. 흔히 창업환경이 가장 우수한 곳으로 통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되는 벤처기업도 3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이 약 3%에 불과하고 나스닥에 등록하는 「행운」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창업한 지 불과 4년여만에 회사지분 51%를 4천5백만달러(약 6백억원)에 처분해 개인적으로 약 3백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손에 쥔 이가형 어필텔레콤 사장은 행복한 벤처기업가임에 틀림없다.
그는 창업 4년째 되던 지난해말 회사를 장외주식시장(코스닥)에 공개한 데 이어 최근 미국 정보통신업계의 거인인 모토롤러를 상대로 1천%가 넘는 프리미엄을 얹어 받는 조건으로 회사지분 51%를 처분하는 계약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창업자 한 사람만 「돈방석」에 앉은 것도 아니다.
회사 주식을 3∼20%씩 보유하고 있던 강서원 전무, 이영섭·임용섭 상무, 장광옥 부장 등 창업 주역들도 각각 10억∼1백억원 이상의 현금을 받게 됐다.
이러한 성과는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가형 사장은 『벤처기업 경영이라는 것이 극도의 긴장의 연속』이라며 『창업 후 지금까지 한번도 가족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가 본 적이 없다』고 실토했다.
벤처기업 경영자들은, 특히 회사가 급성장하는 기업일수록 신제품 개발 및 자금조달 문제 등으로 항상 극도로 빠듯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94년 8월 자본금 2억원을 들여 「엠아이텔」이라는 상호로 출범한 어필텔레콤은 그 이듬해 광역무선호출기시장에서 「어필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올해 5월초 79g에 불과한 국내 최소형 「어필PCS」를 출시함으로써 일약 국내 벤처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또 이 회사는 지난해말 코스닥에 상장한 데 이어 올해 예상매출액도 1천8백억원으로 지난해 5백41억원에 비해 2백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초우량」 벤처기업으로 확고한 기반을 다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가형 사장의 판단은 달랐다. 무엇보다도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한 데다가 최근 통신사업자까지 자체 생산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에 수출 쪽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해외시장에서 어필의 브랜드는 아직 취약했기 때문에 회사의 미래가 극히 불투명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전략적 제휴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됐고 마침내 모토롤러를 그 파트너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모토롤러는 어필이 최근 개발했거나 현재 개발중인 제품을 해외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세계적인 판매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어필의 경영을 당분간 현 경영진에게 계속 맡기기로 모토롤러측이 양해한 것도 신속한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한때 삼성전자 기술개발팀에서 일하다가 벤처업체에 투신한 이 사장은 이번 전략제휴 성공으로 현금확보 외에 앞으로도 회사경영을 계속 맡고 모토롤러에 OEM방식으로 단말기를 대량 수출할 수 있는 기반도 확보함으로써 벤처사업가로서의 꿈을 활짝 펴게 됐다.
『이번 계약체결을 계기로 국내 생산시설을 본격적으로 늘려 내년부터 모토롤러의 OEM 물량을 공급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거칠 것이 없는」 젊은 기업가의 굳은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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