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지배력 약화
D램 반도체 산업은 국내 전자산업 중 유일하게 세계시장에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LG반도체·현대전자 등 반도체 3사의 세계 D램시장 점유율은 40%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때 세계 D램시장을 풍미하던 일본업체들을 제치고 국내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한 이유는 D램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인 양산성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력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64MD램 양산성에서는 세계 어느 반도체업체도 한국을 쫓아오지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
기술개발 능력면에서도 국내 반도체 3사는 세계 최고다. 64MD램 개발에서 일본을 추월한 뒤 1백28M·2백56MD램은 물론이고 기가급 반도체 개발에서도 일본과 미국보다 한참 앞서 있다.
그런데도 D램산업이 최근 2년여간 가격폭락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자체의 문제보다 미국의 마이크론과 대만업체 등 후발 기업들의 우후죽순적인 생산시설 확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마이크론사의 경우 96년 가격 안정을 위해 한·일 업체들이 감산을 실시하는 것을 틈타 한세대 뒤진 제품을 공정 개선을 통해 저가로 대량 출하, 공급과잉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세계 D램시장의 공급과잉문제는 이제 어느 한쪽의 희생적인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적자 생존과 약육 강식의 힘싸움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올해들어 상당수 반도체업체들이 이같은 힘겨루기에 밀려 일부 공장을 폐쇄하거나 D램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약자들의 도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말해 한국 D램산업이 기술경쟁력이나 시장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특히 2년여간 폭락을 거듭하던 D램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으며 일부 고속 D램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수요 초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PC100 규격의 싱크로너스 D램이나 차세대 D램으로 부상하고 있는 다이렉트 램버스 D램분야는 한국업체들의 독식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빅딜이 10여년간 축적해온 이같은 한국 반도체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을 그대로 담보해줄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미 빅딜이 추진돼온 수개월간 보이지 않는 업무 공백이 가뜩이나 바쁜 업체들의 움직임을 둔화시키고 있다.
1년의 3분의2 이상을 외국 바이어 관리에 쏟아부어야 하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 최고 경영자들은 빅딜 협상 때문에 발목이 붙잡혀 있고 빅딜로 인해 주요 고객들과 구매 상담이 삐걱거리는 건 예사다.
더욱이 양사가 합병했을 경우 양사의 생산라인 통합이나 인원정리 등에 엄청난 전력 소모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빅딜로 인한 후유증이 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 부문의 유력 시장조사기관들이 내년 말 이후 D램 시장의 경기회복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반도체 빅딜의 추진 방법과 시기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자발적인 구조조정과 군살빼기 작업만으로 아직까지 충분히 자생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하고 있다』는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반추해볼 시점이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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