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2차전지의 대를 이어갈 차세대 2차전지에 대한 세계 전지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90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지라고 하면 납축전지나 니켈카드뮴(니카드)전지, 알칼라인전지, 망간전지 등 라디오나 손전등용으로 사용되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90년대 들어 등장한 니켈수소 2차전지와 리튬이온 2차전지는 노트북PC, 휴대전화 등과 같은 휴대기기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전지시장 규모를 키워나가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같은 휴대기기의 빠른 보급은 리튬이온 2차전지를 어느새 2차전지분야의 대표주자로 끌어올릴 정도로 붐을 조성했다. 그러나 리튬이온 2차전지붐이 형성되는 동안 이 시장에 참여한 전지업체 전부가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일본에서만 해도 10여개 업체가 리튬이온 2차전지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다수업체가 사업화까지 연결시키지 못한 채 포기하거나 중도에 사업전략을 전환했다.
리튬이온 2차전지에서 쓴맛을 본 업체들은 재기를 위해 「포스트 리튬이온 2차전지」라는 새로운 금맥을 찾아나서기 시작했고 리튬이온 2차전지 시장에서 쏠쏠한 재미를 본 업체들도 이같은 여세를 몰아 차기 전지시장까지 장악한다는 목표아래 연구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따라서 차세대 2차전지 개발을 위한 전세계 전지업체들의 열기는 리튬이온 2차전지때 이상으로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에 여념이 없는 미국업체들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국내에서도 대기업과 연구기관이 새로운 2차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트 리튬이온 2차전지를 둘러싼 개발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하나는 노트북PC나 휴대전화, 미니디스크(MD)플레이어, 디지털캠코더(DVC), 휴대형 게임기, 디지털 카메라, 휴대형 정보단말기와 같은 휴대기기의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전체 휴대기기 무게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전지에 대한 소비자의 소형경량화 요구가 높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미래에 휘발유 자동차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자동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하려는 자동차업체들의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차세대 자동차의 상용화 여부는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전기자동차의 경우 전지무게가 전체 차량무게의 3분에 1에 달해 이를 얼마나 축소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포스트 리튬이온 2차전지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리튬이온 폴리머 2차전지, 연료전지, 전기이중층콘덴서, 공기아연전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가장 강력한 포스트 리튬이온 2차전지로 꼽히는 것이 리튬이온 폴리머 2차전지 분야다.
리튬이온 폴리머 2차전지는 이온전도가 우수한 고체 전해질을 사용,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지의 단점인 누액 가능성과 폭발 위험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에너지밀도도 ㎏당 1백50Wh로 리튬이온 2차전지보다 20% 가량 높고 1천회 이상 재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등 수명도 기존 2차전지에 비해 2배 이상 길다. 또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고 있어 다양한 형태의 전지 설계가 가능함은 물론 자기방전이 월 5% 정도로 적고 메모리 효과도 전혀 없어 리튬이온 2차전지의 뒤를 이을 차세대 전지로 각광받고 있다.
리튬이온 폴리머 2차전지에 관한 연구는 미국의 벨연구소를 비롯해 울트라라이프, 베일런스, 굴드 몰텍 등 벤처기업들에 의해 시작됐으며 이 전지가 가장 먼저 실용화된 기기는 일본 미쓰비시전기가 울트라라이프의 폴리머전지를 탑재해 올초 선보인 노트북PC 「페디온」이다. 미쓰비시는 노트북PC의 전원으로 리튬이온 폴리머 2차전지를 사용함으로써 1.8㎝의 초박형 제품을 실현했다.
일본에서도 히타치막셀이 지난해 4월, 신용카드 크기에 두께 0.5㎜의 초박형 폴리머전지를 샘플출하했고 유아사세이에프도 최근 개발한 두께 1.2㎜급 박형 전지를 노트북PC나 PDA용으로 양산하고 있다. 또 리튬이온전지와 니켈수소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소니와 도시바전지 등도 차세대 2차전지의 선점을 노리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양산공장을 건설중인 한일베일런스를 비롯해 한국전기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의 연구기관 및 대기업들이 리튬이온 폴리머 2차전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전지도 포스트 리튬이온 2차전지의 후보로 들 수 있다. 연료전지는 「전지」라기보다는 「발전기」에 가깝다. 공기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는 이산화탄소 등을 전혀 배출하지 않고 2차전지처럼 충전할 필요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발전효율이 현행 내연기관의 2∼3배에 상당하는 40∼60%에 달한다. 이같은 특징에 착안해 자동차업체를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들이 연료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료전지의 개발은 현재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출력이 수십W 정도인 소형·박형 연료전지가 있다. 이는 주로 휴대기기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미국의 에너지 릴레이티드 디바이시스사와 맨해튼 사이언티픽사의 공동그룹과 H파워, 일본의 마쓰시타전기산업 등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에너지 릴레이티드 디바이시스사 등의 시제품은 크기가 성냥갑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오는 2000년 이후부터 휴대전화기기용으로 실용화될 전망이다.
또 하나는 고정형 전원이나 전기자동차용으로 개발이 진행중인 연료전지로 출력이 적게는 수㎾에서 많게는 수십㎾에 달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 대용량 연료전지의 개발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연료전지를 상용화단계로 끌어올리기까지는 연료전지 본체를 소형화해야 한다는 점과 생산원가의 절감, 연료공급체계의 정비, 출력향상 등 해결해야 할 점이 산적해 있다는 게 흠이다.
한편 종전의 전지로는 실현할 수 없는 빼어난 특성을 앞세워 포스트 리튬이온 2차전지의 후보로 나선 전지가 있다. 전기이중층콘덴서와 공기아연전지다.
전기이중층콘덴서는 니켈수소 2차전지나 리튬이온 2차전지 등에는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대전류로 방전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1만회 이상의 충방전을 되풀이해도 특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일본 오카무라연구소와 파워시스템의 공동그룹을 비롯해 NEC, 마쓰시타전기산업, 에르나 등이 최근 신제품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2차전지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전기이중층콘덴서는 에너지밀도를 높여나가는 일과 함께 생산원가를 Wh당 1천엔대로 낮추는 것이 실용화의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하나 공기아연전지는 다른 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음극에 아연, 양극에 공기중의 산소를 이용하는 2차전지다. 체적 에너지밀도는 1천Wh/ℓ에 달한다. 이론적인 체적에너지밀도는 2천1백Wh/ℓ나 돼 리튬이온 2차전지의 1천5백70Wh/ℓ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전지는 이미 실용화된 상태지만 보청기나 지금까지는 무선호출기 등의 소형전원으로 사용된 것이 고작이었다. 최근에는 이 전지를 대형화해 휴대기기나 전기자동차용으로 적용하기 위한 시도가 시작됐다.
그러나 공기아연전지는 2차전지로 분류는 되고 있으나 전지가 소모됐을 때는 종전의 2차전지처럼 간편하게 충전할 수 없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연전극 등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데다 비용이 소요돼 이를 얼마나 줄여나갈 수 있느냐가 보급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체 중에는 보통 2차전지처럼 충전할 수 있는 공기아연전지를 개발중인 곳도 있으나 아연의 충방전제어 등이 어려워 현재로선 실용화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는 2000년대 초반에는 어느 정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 전지의 시장판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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