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음악과 저작권 (11);법정허락

 법정허락은 음악·어문·미술 등의 저작물 이용허락 과정에서 「부득이한 이용불가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정부(대통령령, 문화부장관 승인 및 수탁)가 저작물 이용촉진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이용을 허락하는 제도다. 이 같은 내용은 현행 국내 저작권법 제47, 48, 50조에 규정돼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공탁(供託)제를 뜻한다.

 저작권법 제47조(저작재산권자가 불명인 저작물의 이용)는 누구든지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공표된 저작물의 재산권자나 그 소재를 알 수 없어 이용허락을 받을 수 없는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고, 보상금 공탁규정(동법 제82조 1항)에 의한 일정기준의 보상금을 「공탁」한 후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48조(공표된 저작물의 방송)는 공표된 저작물을 「공익상 필요」에 따라 방송하고자 하는 방송사업자가 그 재산권자와 협의하지 못했을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부장관의 승인을 얻고, 법이 정한 보상금을 저작권자에게 지급하거나 공탁한 후 방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50조(판매용 음반의 제작)는 판매용 음반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판매된 지 3년이 지났을 경우 그 음반에 녹음된 저작물을 녹음해 다른 판매용 음반을 제작하고자 하는 자가 저작권자와 협의했으나 협의가 성립되지 않았을 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부장관에게 승인을 얻고, 일정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공탁한 후 다른 판매용 음반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를 통한 저작물 이용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법정허락 성립의 전제조건인 「상당한 노력」 「공익상의 필요」 등에 대한 유권해석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관련제도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도 없다. 문화부측도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관련요건이 까다로워 결국엔 이용자가 공탁신청을 포기하기 마련이고, 공탁이 필요한 경우라 할지라도 일제시대에 창작이 이루어진 작품에 관련된 것인 등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탁관련 업무를 수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민간의 저작물 이용자들은 아무런 이용허락 없이 저작물을 상품화해 재산권자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아예 상품화를 포기하는 일까지 있다. 문화부의 주장대로 빈번하게 공탁이 필요한 사례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작권 및 재산권자의 소재가 불분명해 상품화가 어려운 경우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이들은 해당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료 미지급분을 따로 적립해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나중에 저작권자가 나타나면 곤란한 지경에 처할 수도 있다.

 실제 SBS프로덕션은 지난 97년 동요 1백여곡을 사용한 어린이용 비디오 약 12만 세트(24만여장)를 판매했는데, 그 제작과정에서 일부 저작권자들의 소재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이 회사는 상품 출시 이전에 공탁을 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삼성영상사업단의 경우도 98년초 「모천의 노래」라는 음반을 기획하던 중 양주동·김안서·김형준·김동명·김민부·채동선·안호철 등 작사·작곡가들의 거소 및 저작재산권 보유상황이 분명치 않아 공탁을 시도했다. 당시 저작권자 소재 및 재산권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의 정도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역시 공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화됐다.

<이은용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