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직원 "氣살리기" 나섰다

 「구조조정으로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를 살려라.」

 삼성의 전자계열사들은 그룹의 지침에 따라 직원들의 사기를 살릴 수 있는 각종 아이디어를 짜는 데 여념이 없다.

 삼성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대규모 정리와 함께 자동차사업의 진출에 따른 위기감이 맞물려 과거에 찾아볼 수 없는 조직 및 관리의 이완현상을 겪고 있다. 「삼성=관리」라는 도식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은 최근 계열사별로 내려보낸 지침에서 『구조조정과 관련해 모두가 너무 힘들었다』면서 흐트러졌던 조직분위기를 다시 잡아나가기 위해 직원들의 기를 살릴 수 있는 운동을 적극 전개해 나가도록 권장하고 있다.

 11월 1일로 회사창립 25주년을 맞는 삼성전기(대표 이형도)는 창립기념행사와 연계해 조직의 응집력 제고 및 일체감을 조성할 수 있도록 오는 25일부터 11월 1일까지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이 회사는 25일 「전사 산행대회」를 개최, 수원의 광교산을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전사원 종합작품전시회인 「성우문화제」와 29일부터 30일까지 「성우장터」를 열고 아나바다행사와 사원장기자랑대회를 갖는다.

 또한 29일 민속놀이로 이뤄진 「떡치기행사」와 30일 25㎞의 「단축마라톤행사」에 이어 11월 1일 회사창립 25주년을 기념하는 「직장인 배드민턴단체 대항전」도 실시한다.

 삼성코닝(대표 송영로)은 오는 28일 수원공장의 이전을 계기로 조직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 회사는 「추억의 사진찍기」를 통해 한강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글라스타워의 사무실을 배경으로 직원들에게 사진을 찍어주는 한편 다음달 10일 「전사 차원의 산행」을 실시한다.

 또한 4차에 걸쳐 「대표자의 특강」 실시와 함께 부장급들은 1박2일의 일정으로 회사의 현재 위치와 경영혁신의 필요성, 조직안정과 활성화 방안을 토의하며 과장급은 하루씩 집합교육을 실시한다.

 이밖에도 현장사원들의 휴게실마다 PC를 설치, 현장사원과 대표이사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직통 대화방」을 개설하는 등 계층간의 대화를 강화하고 부서장 재량으로 모범사원들을 선정, 시상토록 했다.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관(대표 손욱)도 지난 주말 서울 본사의 수원공장 이전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조직분위기 쇄신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손욱 사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챙기고 있는데 부서별 단합대회를 적극 권장하고 현장사원의 사기진작책으로 족구대회와 축구대회 등의 행사를 개최하는 것과 함께 임직원들간의 대화에 나서도록 했다.

 또한 작은포상제도를 마련, 부서별로 모범사원 등을 선발해 시상토록 하고 제조사업장별로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부산사업장은 생산직원들의 자긍심을 불어넣기 위해 능력에 따라 명인 등의 호칭을 부여하고 서로 불러주기로 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현재까지 사원사기 앙양을 위해 별다른 행사를 준비하고 있지 않지만 최근 영업본부에서 자체적으로 영업사원들의 부실채권을 사면하는 등 조직분위기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현재 계열사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벤트를 전개키로 했는데 과연 당초 기대하는대로 조직분위기를 살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정작 책임을 져야 하는 경영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 대신 사원들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된데다 특히 인원정리가 없다는 최고경영자들의 말이 순식간에 뒤집어지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생겨났다』면서 『이러한 행사는 분위기쇄신 차원의 거품만을 만들어 낼 뿐 실질적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예전처럼 다시 살리기가 어려울 것이다』고 밝혔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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