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부터 미국에서 HDTV방송이 시작되면서 이달말 봇물을 이룰 것으로 기대됐던 HDTV 출시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HDTV 방송개시일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있지만 그동안 HDTV시장 선점을 공언해온 세계 유명 TV업체들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제품출시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프랑스 톰슨과 일본 파나소닉·미쓰비시·마쓰시타 그리고 대우전자 등 많은 업체들은 아직까지 HDTV 출시계획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다.
또 네덜란드 필립스, 일본 소니·샤프, 미국 제니스 등 HDTV 출시를 공언해왔던 업체들도 아직껏 제품출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단지 HDTV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데모용 제품만을 전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출시 움직임을 보인 곳은 삼성전자 한 곳뿐이다.
이처럼 TV업계가 내달 HDTV 방송개시를 앞두고도 제품출시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두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HDTV방송을 제대로 수신해 이를 보여주는 상용제품 개발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HDTV의 핵심칩세트인 전송부와 수신부 칩세트 개발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가 극히 소수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HDTV 핵심칩세트 개발에 성공한 업체로는 아직까지 LG전자와 삼성전자·톰슨·필립스 등에 불과하며 다른 업체들은 이들로부터 칩세트를 공급받아 제품을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칩세트 개발도 중요하지만 고화질의 HDTV 전파를 완벽하게 수신할 수 있는 뛰어난 감도를 지닌 제품개발이 관건』이라며 『지금까지 데모용 HDTV를 선보인 업체들도 대부분 HDTV규격으로 녹화된 방송을 TV로 재현하는 데 그치고 있지 실제 방송을 수신해 보여주지는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업체들이 HDTV를 개발하고도 실제 방송을 수신해 HD방송을 구현할 수 있을지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방송개시를 기다렸다 현장 테스트 이후에 판매에 들어간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HDTV규격이 지상파 관련 부분만 확정돼있지 케이블TV나 양방향 멀티미디어서비스부분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대당 5천∼1만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HDTV를 미완성 규격의 제품으로 판매하는 것 자체가 업체 입장에서는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유독 삼성전자만이 시장선점을 위해서는 케이블TV나 양방향 멀티미디어서비스규격이 확정되면 이 규격을 채택한 신제품으로 교체해주는 부담도 불사한다는 전략이지만 대부분 업체들은 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TV업계는 최근 HDTV보다는 HDTV용 세트톱박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세트톱박스는 대당 5백∼1천달러로 저가여서 판매이후에 돌아올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업체들은 HDTV방송을 재현할 수 있는 프로젝션과 세트톱박스를 연계해 상품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내달 1일부터 HDTV가 개시되겠지만 TV업계의 본격적인 HDTV 판매전은 빨라야 내달말이나 아니면 미완성된 두가지 규격이 확정된 이후에나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때까지는 다양한 과도기 상품만이 시장에서 활개를 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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