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중복투자 여부를 놓고 최근 들어 가열되고 있는 통신서비스업체와 기존 단말기업체의 논쟁이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에도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두 진영의 논쟁이 어떻게 결말나느냐 하는 점은 국내 PCB시장의 판도변화까지 몰고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국내 주요 PCB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논쟁의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PCB업체들이 기존 휴대폰업체와 새로 사업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S사·H사 등 통신서비스업체의 논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까닭은 휴대폰용 PCB시장이 단일 품목으로는 국내 최대 시장품목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시장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휴대폰 수요는 수출을 포함, 1천1백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휴대폰당 메인 PCB 두 장(혹은 1장)과 보조 PCB 등 서너장의 PCB가 장착되기 때문에 휴대폰은 PCB덩어리라고도 할 수 있다.
또 앞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한 휴대폰 수출전망이 매우 밝기 때문에 휴대폰용 PCB시장은 반도체패키지용 PCB에 버금가는 황금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휴대폰의 경박단소화 경향에 따라 여기에 탑재되는 PCB도 현재 전세계적으로 최첨단 PCB 제조공법이라고 지칭되고 있는 빌드업(Build up)·BGA 공법이 적용되고 있어 휴대폰용 PCB를 제조한다는 것은 매출실적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PCB 제조능력을 지닌 PCB업체로 평가받는 셈이다.
따라서 그동안 국내 주요 PCB업체들은 사운을 걸다시피하고 휴대폰용 PCB시장에 진출하려고 총력을 경주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의 휴대폰 생산업체는 3, 4개 대기업에 불과했으며 이들 기업은 PCB를 생산하는 그룹 계열사로부터 PCB를 공급받기 때문에 PCB만을 생산해온 전문 PCB업체들은 사실상 공급시장을 확보하지 못하고 애를 태울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눈앞의 황금시장을 놓고 발을 구르고 있던 주요 전문 PCB업체들에 통신서비스업체의 휴대폰사업 참여는 사막의 오아시스격이다.
반면 기존 재벌그룹 계열의 PCB업체에는 가장 원치 않았던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통신서비스업체를 비롯해 중견 전자업체들이 휴대폰 생산에 본격 나설 경우 이들 업체는 기존 휴대폰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PCB업체보다는 새로운 전문 PCB업체를 구매처로 활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왜냐하면 디자인이 생명이고 제품 라이프사이클도 짧은 휴대폰의 속성을 감안할 때 정보유출 위험이 있는 기존 휴대폰업체가 활용하고 있는 PCB업체를 납품업체로 선정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전문 PCB업체들에는 그동안 학수고대하던 휴대폰용 PCB시장이 통신서비스업체의 신규 참여로 자연스럽게 열리게 된 것이다.
반면 그동안 계열사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휴대폰용 PCB시장을 과점해온 대기업 소속 PCB업체들은 상당 부문의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전문 PCB업체들이 국내 휴대폰업체에 공급하게 되는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휴대폰업체를 상대로 시장공략에 나설 경우 이들 대기업 소속 PCB업체의 해외 시장개척 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최근 들어 가열되고 있는 기존 휴대폰업체와 통신서비스업체의 휴대폰사업 참여논쟁은 국내 주요 PCB업체간에 희비로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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