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의료장비와 이를 운영하는 전산장비를 그대로 놔둔 채 사용할 경우 오는 2000년을 전후로 해 디지털 방사선장비의 가동중단, 혈중 약물농도 측정기의 동작불능, 초음파 영상진단기 분만 예정일 계산기능 오류, 심전도계 기록·프린트 기능 상실 등 심각한 부작용을 보일 것으로 조사돼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13일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 1층 강당에서 열린 「의료분야에서 Y2k 해결을 위한 제1차 세미나」에서 서울대병원 의공학과 박광석 교수는 「의료기기 2000년 문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달 중순부터 문제 발생이 가능한 총 5백개 전자의료기기 품목에 대해 파악한 결과 이처럼 Y2k 문제가 의료업계의 심각한 현실로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9월 29일 기준으로 총 5백개의 의료기기를 점검한 결과 제조회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통보된 기기는 폐기능검사기 등 전체의 10%에 불과한 16개 품목, 52점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인피메드사의 디지털 방사선장비는 연도입력을 「00」으로 하면 가동이 중단되는 현상을 보여 운영프로그램을 다시 입력해야 했으며, 애보트사의 혈중 약물농도 측정기와 MLA사의 자동응고분석기는 연도 입력을 「00」으로 하면 「Invalid Date」라는 사인을 출력해 동작을 멈춘 것으로 조사됐다.
ATL사의 초음파 영상진단기 2대와 알로카사의 초음파 영상진단기 3대는 2000년이 되면 분만 예정일이 계산되지 않았으며 GE사의 CT는 연도표시가 「**」으로 나타났고 마케트사의 심전도 리코더 10대도 연도기록 입출력상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아직 조사하지 못한 의료기기 중 상당수도 각종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11월 말까지 의료기기에 대한 Y2k 문제 발생 가능성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환자의 안전과 진료의 효율성을 고려해 수술관련기기·중환자실용기기·응급실용기기 등에 문제 해결 우선순위를 두고 오는 12월부터 내년 3월말까지 의료기기에 대한 Y2k 문제를 모두 해결할 예정이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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